"천안함 폭침이후 남북교역 끊긴 北, 對中 수출 늘수록 경제 고통 딜레마"

입력 2014-03-04 21:14   수정 2014-03-05 03:55

KDI 북한경제 보고서

자원·토지 中에 헐값매각
장성택 처형 빌미로 작용



[ 고은이 기자 ] 대북 투자를 금지한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북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석 연구위원은 4일 ‘5·24 조치, 장성택의 처형 그리고 북한경제의 딜레마’ 보고서에서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한 고통과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교역을 재개하는 일”이라며 “올해 북한에는 남북관계 개선 유인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5·24 조치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2010년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및 대북 신규 투자를 전면 금지한 조치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북한 대외무역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됐다. 체제 유지에 필요한 물자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적자가 발생했지만 모래 등 자연 채취물을 한국에 수출함으로써 수지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이 같은 무역구조는 위기를 맞았다. 천안함 사건 이전인 2009년 북한은 한국에 월평균 416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5·24 조치 후인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수출액은 월평균 377만달러로 줄었다.

북한은 줄어든 대남 수출을 대중 수출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7월~2012년 12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월평균 1억2700만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자원 수출은 북한의 경제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주요 대중 수출 품목인 무연탄과 철광석은 북한의 에너지 공급과 기간산업을 책임지고 있던 전략광물이다. 수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경제에 위협이 된 것이다. 결국 북한 경제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은 2013년 말 북·중 무역을 주도하던 장성택이 처형되는 빌미가 됐다.

장성택의 처형 죄목은 ‘지하자원과 토지를 외국에 헐값으로 팔아먹은 매국 행위’였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이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경제가 직면한 고통과 딜레마는 결국 남북 교역의 전면적 중단으로부터 초래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새롭게 남북 교역을 재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예기치 못한 정치·군사적 공세의 가능성에도 충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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