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기회복세에 초점…조정기를 분할 매수 기회로
주식형 40%, 채권형 25%…대안투자 35%로 배분 '유망'
[ 김은정 기자 ]
작년 미국 주식형 펀드 투자로 25%가량 이익을 봤던 슈퍼리치 박모씨(52)는 최근 다른 펀드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 중이다. 박씨는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의 ‘고점 논란’까지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펀드 갈아타기보다 유지가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채권보다는 주식,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투자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각국의 경기와 금리 정책, 글로벌 자금흐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2014 한경 머니 로드쇼’에 강연자로 나선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금융투자 전문가들에게 올해 바람직한 주식·채권·펀드 투자 전략 그리고 시장 전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선진국 주식,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작년 미국 독일 스페인 등 선진국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10% 안팎에 달했다. 반면 브라질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은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신규 주택 건립이 늘고 기존 주택매매 가격이 개선되면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 추세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하는 등 고용지표도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도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조업 수출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각종 경제지표와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서 미국 증시는 올해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유럽 경기의 회복세도 점쳐지면서 슈퍼리치들은 이미 유럽 주식을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인한 경제 후유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올 들어 신흥국 주식시장의 흐름은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편이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통화가치의 급락, 우크라이나와 태국 등 신흥국의 정정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시간이 갈수록 선진국과 신흥국 간 괴리가 커질 수 있어 선진국 주식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경기민감주가 경기방어주보다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앞으로 경기 회복을 고려했을 때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테이퍼링은 경기 확장 추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수출주 등 경기민감도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올해 경기 회복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연초 일시적인 조정을 기회로 삼아 정유주 등 경기민감주를 저가 분할매수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일드債·시니어론 ‘유망’
글로벌 자금이 채권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처럼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뚜렷해졌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채권 투자 매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하이일드 채권(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채권)에는 관심을 둬도 좋다.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은 금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 예상이 가능한 기업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면 연 7% 이상의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선진국의 시니어론도 금리 상승기에는 관심을 둘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채권의 일종인 시니어론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변동금리부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을 말한다. 변동금리가 적용돼 시중금리가 오르면 기업 대출 금리도 함께 올라 채권 가치가 떨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고 다른 부채보다 우선 상환받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보다 안전하다.
물가연동국채와 브라질채권 등도 절세 혜택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재테크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수익률이다. 수익률은 자산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세후수익률이다.
세후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절대수익률 자체를 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절세를 통해 세금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브라질국채는 한국·브라질 조세협약과 브라질 국내세법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과세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과 환차익, 자본차익 모두 비과세 대상이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에 따라 채권 원금이 증가하고, 증가된 원금의 표면금리에 해당되는 이자를 지급해 이자지급액이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2013년 이전 발행분에 한해 원금상승분이 비과세된다.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라 안정성도 높다.
○최적의 포트폴리오는
전문가들이 올해 추천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보면 전체 금융자산을 100으로 봤을 때 주식형 자산에 40, 채권형 자산에 25, 대안투자 자산에 35를 배분하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는 주식 중에서도 선진국 주식에 절반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신흥국이나 국내에 투자하기를 권했다. 채권은 선진국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기개선에 따른 금리 상승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하이일드·시니어론에 60%를 투자하고 국내 채권에 대해서는 만기가 짧은 것을 중심으로 우량한 종목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대안투자 대상으로는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를 꼽을 수 있다. ELT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일부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원금 손실이 우려되자 이를 보완한 것이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이 시중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편입해 만든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말한다.
ELT는 기본적으로 ELS에 투자하지만 만기에 손실이 확정되면 대응방식이 다르다. ELS는 계좌를 해지해 손실을 확정한다. ELT는 남아 있는 신탁계좌의 잔액을 갖고 해당 ELS의 기초자산인 주식을 사들여 주가 상승 때까지 갖고 있다가 상승하면 해지한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ELF도 이론적으로는 ELS와 같은 구조다. 다만 ELF는 자산운용사가 ELS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 개별 ELS보다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적절한 대안투자는 전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안정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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