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업들 "10개월내 원산지 부과 증명못했다고 다시 세금부과하는 것은 억울"...일부 금유통업체 파산 위기
이 기사는 03월04일(15: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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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신한은행, 기업은행, 국내 1위 금유통회사 KGTC 등은 원산지를 위반했다며 스위스산 금괴에 관세를 부과한 정부에 대해 부당하다며 항소에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08년 4월 관세청으로부터 스위스산 금괴에 대해 원산지 신고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120억원의 관세 부과 처분을 받았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스위스 관세청이 인정한 스위스산 금괴를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EFTA(유럽자유무역연합) 협정 위반”이라며 강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물산은 개인 변호인을 통해,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법무법인 율촌, KGTC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각각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KGTC는 지난1월 법원으로부터 2심 패소 판정을 받자 지난달 중순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물산,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도 조만간 법원의 판결을 보고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항소에 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원자재 거래,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골드뱅킹 등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산 금괴를 거래했다.
IB업계에 따르면 FTA를 체결한 국가끼리는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데, 관세청은 이들 기업이 금괴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스위스의 원산지라고 속여 일부 탈세를 했다고 주장해 2008년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부과액은 KGTC가 60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 신한은행이 각각 10억원대, 기업은행이 5억원 미만이었다. 스위스 금괴에 대한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관세를 부과받은 업체는 약 17곳이었으며 이들은 2008년 과세처분을 받았으나 2010년 뒤늦게 스위스산 금괴가 맞다는 공식 인정을 스위스 관세청과 스위스연방법원을 통해 받았다.
하지만 세관당국은 한-EFTA상 관세부과 처분을 내린 지 10개월 이내에 원산지임을 증명을 해야하는 데, 부과처분을 내린 뒤 2년만에 증명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관세 대상에 집어넣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은 “금괴에 대해 직접 검증권을 가진 스위스에서 원산지가 맞다고 인정한 것을 국내 세관당국이 인정하지 않은 꼴”이라며 “스위스도 한-EFTA상 관세부과 처분 10개월내 원산지임을 증명하는 규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한국 정부에 알려왔다”고 말했다. 한-EFTA상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할 때 관세부과 처분 10개월내 원산지 증명을 해야하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 관계자는 ”스위스 세관당국이 이들 기업의 금괴에 대해 1차적으로 스위스산이 아니라고 회신이 왔었고, 이후 소송 등을 거쳐 2차로 스위스산이 일부 맞다고 회신이 다시 왔다“며 ”법원에서는 이러한 경우 10개월내 원산지 증명을 안해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관세가 적법하다’고 판결해왔다“고 반박했다.
국내 세관당국과 스위스 세관당국간 엇갈린 법 해석은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순방 과정에서 양국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일부 마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로부터 막대한 관세를 부과받은 기업들은 일부 금 유통회사들을 중심으로 파산상태까지 진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관세를 부과받고 최근 폐업한 국내 4위 금유통업체였던 골드인베스트먼트의 이모 사장은 작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기업 관계자들은 “일부 금유통회사들은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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