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법은 2011년 4월의 전면개정 등 수차례 개정돼 왔다. 단순한 회계 모니터링에 그쳤던 감사 권한은 이 과정에서 가히 기업 전반에 대한 막강한 감시권력으로 다시 태어났다. 반기업 정서에 포획된 채 기업을 감시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틈만 나면 벌부터 주려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기도 하다. 현행 상법은 이사에 대해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요하면 이사회 소집까지 요구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은행 감사위원회는 이런 과잉입법조차 뛰어넘어 사전 결재 시스템으로까지 감사의 권한을 확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한갓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외견상 주주총회와 이사회 감사로 구성되는 민주적 결정구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백번 양보하더라도 감사는 사후적 감사다. 감사권을 무한정 확대해석해 경영자의 행동을 사전에 허가하거나 지휘하는, 사실상의 집행권으로 둔갑시킬 수는 없다. 상법이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전 결재를 받도록 하거나 그 제도화를 명하는 것은 주식회사에 대한 도전이요 경영을 정치화하는 것이다.
기업은 감시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업조직일 뿐이다. 기업 본질을 무시한 이런 발상은 삼권분립의 정부 구성에서도 그렇고 행정부 내 감사직에서조차 있을 수 없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업무를 조속히 정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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