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나라가 어찌되건 조직부터 늘리자는 관료들

입력 2014-03-05 20:39   수정 2014-03-06 04:47

사고 터지면 조직 신설부터 궁리
자리 만들기에 규제 개혁은 뒷전
관료 조직 손봐야 창조경제 가능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관료 조직은 스스로 비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규모와 산출량, 효율은 전혀 상관이 없다.” 파킨슨법칙이다. 영국의 식민지는 줄어드는데 식민지를 관리하는 식민청의 공무원은 오히려 급증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이론의 배경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관료 조직에 통용되다 보니 지금도 공무원의 무한증식 본능을 설명하려면 이 이론부터 꺼내들기 마련이다.

관료들이 조직 확대에 기울이는 노력은 필사적이다. 사고가 터져도 문제 해결보다는 조직 신설부터 생각한다는 공무원들이다. 요즘 금융위원회가 그렇다.

금융위는 대통령에게 무려 5개의 기관을 신설하겠다고 보고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잊을만하니 이번엔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소비자 문제에 관심이 높은 대통령에게 더 없이 좋은 보고 메뉴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탄력을 받았다. 900명 규모의 초대형 조직이다. 원장은 금융감독원장과 대등한 위상이고, 부원장도 3명이나 된다. ‘또 하나의 시어머니’라는 금융사들의 반발은 너무도 당연하다. 연간 2500억원의 분담금을 내 금감원을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금융사들이다. 중복 규제를 받아가며 금소원에는 또 얼마를 내야 하는지.

금융결제원 등의 보안기능을 조정해 만들겠다는 금융전산보안전담기구도 그렇다. 기자회견에서 카드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규정한 것은 금융위원장이다. 그가 대통령 앞에선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래도 되는 건지.

원전 비리 사건은 산업통상자원부에 호재다. 사건 직후 구성한 태스크포스를 전담조직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제 머리 깎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근거법은 국회의원에게 부탁했다. 정부에는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규제기관이 존재한다. 중복 규제다. 원전 진흥 정책과 규제 업무를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에도 위배된다. 막무가내다.

사건이 없어도 이런저런 핑계로 조직을 늘려가는 것이 관료들이다. 소위 경제민주화법을 조직 확대에 써먹겠다고 나선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3~4개 과의 국 단위 대기업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며 아우성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폐지된 조사국의 ‘영광’이 여전히 어른거리는 모양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정보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 위탁해 운영해오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기 위한 150명 규모의 조직이다. 민간에 위탁해온 것까지 되돌려가겠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주요 국정과제 점검에 필요하다며 새로운 국 단위 조직을 구성한 것도 기재부다.

정치인들이 조직을 늘려줄 때도 있다. 해운업체가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자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이 민심 관리 차원에서 만들어준 조직이 해운보증기구다. 이 정도 기금이 해운산업이 경쟁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금융위의 관심사가 아니다. 야당이 발의한 협동조합법이 무리가 있는데도 기재부가 반대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데는 1개국의 조직 신설이라는 대가가 있었다.

조직이 늘어나면 규제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죽어 나가는 것은 국민과 기업들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대박이 터졌다. 기업들이 악법이라며 결사반대하던 법이다. 60명 규모의 화학물질안전원이 신설됐고 원주청과 대구청에 화학물질관리과가 설치됐다. 6개 정부합동방재센터도 환경부가 주도하게 됐다. 환경부는 환호성을 질렀지만 기업들은 경쟁력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규제총량제처럼 조직이나 공무원 수에도 상한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다.

규격품을 대량생산하던 산업화 시기에는 관(官)이 민(民)을 통제하면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이런 관료 조직으로 ‘4만달러 점프’는 절대 불가능하다. 조직이 아닌 창의성 있는 인재가 나라를 살리는 시대다. 창조경제란 그래서 관료 조직의 발전적 해체에서 시작돼야 하는 것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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