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롯데월드타워 입성
[ 강진규 기자 ]
한국 최고(最古)의 빵집 군산 이성당이 올 상반기 문을 여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선다. 이성당은 군산 시내 중앙로 한자리에서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작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곳. 빵이 나오는 오후 2시께는 전국에서 찾아온 미식가들로 항상 긴 줄이 생기는 군산의 명물이다. 이성당이 간판을 내건 지 70년 만에 서울에 입성할 뿐 아니라 아시아 쇼핑 허브에 매장을 내는 것이다.
◆잠실역과 월드타워에 입점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성당은 다음달 서울 잠실역 지하 통로에 1호점을 낸다. 이곳은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를 잇는 통로다. 또 올 상반기 개장하는 롯데월드타워 쇼핑몰·엔터테인먼트동 6층에 두 번째 매장을 낸다. 이곳은 롯데그룹이 높이 555m의 초대형 건물과 함께 짓는 아시아 쇼핑허브다.
이성당의 서울 입성은 작년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임시매장을 열었던 게 인연이 됐다. 당시 1주일간 매장을 운영해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빵 맛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롯데백화점에는 ‘이성당 특수’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임시매장을 열기 위해 전호영 롯데백화점 특산물 기획담당자가 3개월간 20번가량 군산 이성당을 직접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당 특유의 팥 맛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무게 1t이 넘는 ‘로터리 오븐’을 군산에서 직접 공수해 설치하기도 했다. 잠실에 여는 매장은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군산과 서울을 오가며 직접 관리할 계획이다.
◆한 사람당 빵 10개로 제한
이성당이 있는 군산시 중앙로 1가 옛 시청 앞은 군산에서 불법주정차 딱지가 가장 많이 발급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2000~3000명 정도가 이성당에서 빵을 사간다. 작년 매출은 100억원으로 2011년(56억원)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이성당 단팥빵의 인기 비결은 일반 단팥빵보다 세 배가량 많은 팥의 양에 있다. 보통 빵은 밀가루 반죽 40g에 팥 앙금 30g을 넣지만, 이성당은 반죽 40g에 팥 앙금 90g을 넣는다. 두툼한 밀가루 반죽 대신 얇은 쌀가루 반죽을 사용하는 것도 이성당만의 특징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빵은 하루에 단팥빵 1만6000개, 야채빵 5000개 정도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양은 10개 이내로 제한한다. 그래도 가게에 왔다가 허탕을 치고 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전화 주문도 받지만 직접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택배로 배달하는 물량을 하루 4000개로 묶어놓고 있다.
◆4대째 이어오는 가업
이성당은 1920년대 군산에 세워진 ‘이즈모야’라는 일본 제과점이 모태다. 빵 공장을 운영하던 이석우 씨가 광복을 맞은 1945년 이즈모야를 인수해 이름을 이성당으로 바꿨다. 이후 이씨의 이종사촌인 조천형 씨가 이성당을 물려받았고, 조씨의 아내 오남례 씨에 이어 며느리인 김현주 씨가 현재 이성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평소 “이성당을 프랜차이즈로 만들 생각이 없다”고 밝혀왔다. 매장이 늘어나면 이성당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롯데 입점도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군산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롯데 측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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