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환매형 아파트' 주의보
입주민·시행사 전세금 반환 갈등
[ 김동현 기자 ]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A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모씨(45)는 요즘 집 문제로 잠을 설친다. 이 아파트 시행사는 2012년 ‘전세금만 내면 새 아파트에서 2년간 살 수 있다’는 광고를 내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잔금납부일 기준으로 2년간 살아보고 분양받은 입주민이 환매를 요구하면 시행사가 원금을 돌려준다는 조건이었다. 입주자가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건설사에서 중도금 대출도 해주고 2년간 대출이자도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박씨는 이 같은 내용을 믿고 분양가 6억9000만원인 전용면적 123㎡ 아파트에 2억30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하지만 최근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시행사의 입장이 확 달라졌다. 시행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값이 떨어져 입주민들에게 납입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대신 중도금 대출에 대한 2년치 이자만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상 기존 환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한 셈이다.
시행사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총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대출을 떠안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씨가 매입한 전용 123㎡는 현재 시세가 4억5000만원 정도다. 큰 손해를 보고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씨와 같은 처지인 60여명의 입주민은 최근 ‘환매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시행사를 상대로 계약대로 환매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고양시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시행사는 “입주민에 대해 환매를 해주겠지만 확실히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애프터리빙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계약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시행사 등 분양 관련 업체의 재정 상태도 따져봐야 낭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계약자는 전세와 비슷한 줄 알고 계약하지만 실제로는 매매계약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계약 기간에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집을 떠안거나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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