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증자 참여 후 주가 올라" 연임 강행키로
[ 박동휘 / 최진석 기자 ] 만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만도 대표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모기업인 한라건설을 편법 지원해 만도 기업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법정 분쟁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시장의 룰’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기업 생태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만도 주주총회(7일)에 앞서 이날 회의를 열고, 신사현 만도 대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총 8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참석,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4월 만도가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 유상증자에 참여(3786억원)한 뒤 다시 마이스터가 3385억원을 한라건설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부실 건설사를 지원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만도 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만도는 반발하고 있다. 증자(작년 4월12일) 당시(9만9500원)보다 오히려 주가가 올라 주주가치가 훼손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만도 주가는 13만6500원에 마감했다.
만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초 9.7%이던 국민연금 지분율이 13.4%까지 늘어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며 “한라그룹 지분이 25%로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대표이사 연임안 통과에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상장돼 있는 다른 자동차 부품주와 비교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2005년 마련한 ‘의결권행사지침 제27조3호’에 근거한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차례 논란의 대상이 된 조항이다.
의결권행사지침 작성에 참여했던 전 국민연금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호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때 주요 기준은 횡령, 배임 등 법적 판결이 확정됐느냐의 여부였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간 논쟁이 있었는데 국민연금은 주가만을 고려해야 할 재무적 투자자인 만큼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3호를 발동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만도 사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적인 이슈와 의결권 행사 여부를 반드시 결부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2009년 132건에서 지난해 281건으로 급증했다.
기업들은 경영상 판단을 할 때마다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더라도 이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두산건설에 4500억원을 지원한 두산중공업(작년 2월), SK건설 유상증자(2035억원ㆍ작년 12월)에 참여한 (주)SK는 각각 28일, 21일 주총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 KT,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제일모직은 국민연금이 1대 주주다.
박동휘/최진석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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