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동호회의 진화⑤] '쉐슬람' 클럽크루즈, "우린 한국GM과 소통하는 '소비자 서포터즈!"

입력 2014-03-07 10:38   수정 2014-03-07 10:49

크루즈 동호회 운영진 삼인방과 만남


운전자 3000만명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자동차와 함께 있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동호회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경닷컴이 경상용차 다마스부터 수입차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우디까지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 그들이 풀어놓는 재밌는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2011년9월 쉐보레 10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사진)가 강원도 평창에서 진기록을 세웠다. 1143대의 고객 차량이 모여 만들어낸 쉐보레 엠블럼이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로고' 부문에 등재된 것. 한국GM이 고객들을 초대한 이날의 이벤트는 쉐보레를 사랑하는 '쉐슬람'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쉐슬람은 쉐보레를 마치 종교(이슬람교)와 같이 신봉하는 오너들을 일컫는 별명. 다양한 쉐슬람이 동호회 활동을 즐기지만 단연 돋보이는 모임으로는 크루즈를 타는 '클럽크루즈'가 꼽힌다. 20만명 이상 회원수를 보유한 클럽크루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쉐보레 동호회다. 4년(2010~2013년) 연속 네이버 대표 카페로 인증 받기도 했다.

클럽크루즈의 생일은 2008년 8월14일. GM대우 시절 준중형 세단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될 무렵 시작을 알렸다. GM대우의 사명이 한국GM으로 바뀌면서 차명도 쉐보레 크루즈로 변경돼 라세티 프리미어 클럽은 그 사이 클럽크루즈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식당에서 동호회 회장인 최연식 씨(38)를 비롯해 김원철 씨(41), 지승훈 씨(35) 등 클럽 운영진을 만났다.

◆ 차량 누수·변속기 결함에 카페 '들썩'···부평 본사 방문하기도

한국GM은 2009년부터 2011년사이 크루즈의 트렁크 누수 현상과 변속기 결함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다수 차량에 동일한 결함이 드러나 크루즈 동호회 게시판에는 불만이 폭주했다. 크루즈 대표 동호회였던 클럽크루즈 회원들이 중심에 서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문제가 커지자 제조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 임원들이 더 이상 이슈를 만들지 말고 대화를 하자고 동호회 운영진들을 부평 본사로 초대한 것이다.


"쉐보레 동호회가 한국GM 본사를 방문한 건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임원진이 회원과의 간담회를 마련해 줘 부평 본사도 여러차례 찾아갔지요." (최연식 씨)

최씨는 "한국GM이 회원들을 연구소로 초청해 주행 문제를 일으킨 변속기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면서 "누수의 경우 왜 물이 새는지 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실링처리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그 후로 문제가 원만하게 잘 해결됐어요. 안쿠시 오로라 전임 부사장과 제품 관련 설명회를 갖는 등 진솔한 대화도 나눴지요. 타사에 비해 한국GM이 고객 입장을 조금이나마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쉐보레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어요." (김원철 씨)

한국GM은 크루즈 결함 문제로 혼쭐이 난 후로 회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신차를 출시할 땐 간혹 동호회를 초청한 '드라이빙 스쿨' 행사도 열었다.

"크루즈 해치백이 나왔을 때 화성에 있는 카트리 주행시험장에서 시승도 했습니다. 서킷에서 시승한 느낌을 사측과 공유했어요. 방송인 김진표 씨 등 쉐보레 레이싱팀 만나서 쉐보레 차량에 대한 장단점도 터놓고 이야기 했지요." (지승훈 씨)

클럽크루즈의 행보는 전시장까지 찾아간다. 일산 킨텍스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튜닝 전시회인 '오토모티브 위크'에 자체 제작한 튜닝카(3대·사진 아래)로 참가한 적 있다. 국산차 동호회가 전시회에 출품작을 낸 것은 지금까지도 처음이다.

최씨는 "당시 전시회를 다녀간 러시아GM 딜러가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일본 기자가 취재하더니 나중에 일본 자동차 매체에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다"며 동호회 자랑을 늘어났다.


◆ 쉐슬람 열정은 카페 게시판까지···"크루즈는 영원히 한국서 남아야"

'쉐슬람'의 쉐보레 사랑은 카페 게시판까지 이어진다. 게시판은 쉐슬람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회 다방면의 뉴스부터 자동차 관련 정보까지 게시판은 포털 기능을 맡고 있다는 게 운영진의 설명.

"게시판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정말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데요. 직장인들 아침 출근 때부터 퇴근까지 매일 5초마다 1개씩 글이 올라옵니다. 네이버 포털 수준이에요. 다양한 뉴스부터 회원들 일기나 개인적인 사랑 얘기, 일상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 등 사람 냄새 나는 내용들을 올려주죠." (최연식 씨)

"밥을 먹을 때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뉴스를 보잖아요. 우리 회원들은 카페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밥 먹으면서 보고 있어요. 거의 '카페 중독' 수준이에요. 때문에 다른 동호회 회원들이 우리 카페에 찾아와 게시글을 읽고 정보를 얻어 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김원철 씨)

쉐보레를 향한 열정 만큼이나 한국GM의 철수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차세대 크루즈 생산기지에서 제외된 데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안타깝지만 크루즈를 앞으로도 계속 생산한다는 얘긴 들었다"고 최씨는 말했다.

한국GM에 알아본 바로는 차세대 크루즈를 대체할 만한 '한국형 크루즈'는 군산공장에서 계속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의 크루즈가 '페이스 리프트' 되는 방식이다.

"크루즈가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GM은 한국의 준중형 시장을 싶게 포기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은 들어요. 쉐보레 철수설도 나오지만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GM 임원들의 약속을 우리는 믿습니다." (김원철 씨)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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