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배우자에게 유리한 상속법 개정안 옳을까요

입력 2014-03-07 17:56  

현행 민법상 남편 또는 부인이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상속 지분은 잔존 배우자와 자녀들 간에 1.5 대 1 대 1의 비율로 결정된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런 민법을 개정, 유언 여부에 상관 없이 잔존 배우자의 지분을 우선 50% 인정하고 나머지 재산을 다시 종전처럼 1.5 대 1 대 1의 비율로 나누는 내용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잔존배우자 몫이 1.5에서 7.5로 높아지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는 세태 등을 반영한 법 개정이다. 잔존 배우자에게 가급적 많은 유산이 돌아가도록 해 노후 복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당연한 배우자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본인의 유언을 우선해 법에서 재산 분할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민법 상속편 법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배우자의 실질적인 몫 돌려줘야”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에 받는 상속분이 이혼할 때 받는 재산 분할액보다 적은 경우가 허다한데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이 실질적인 부부의 공동재산이라면 이혼할 때뿐 아니라 사별한 경우에도 배우자의 실질적인 몫을 배우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 개정안에 찬성한다. 그는 유언으로 선취분(잔존 배우자가 받는 50%)을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개정안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선취분은 원래 배우자의 몫을 배우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며 선취분까지 타인에게 준다는 유언이야말로 거꾸로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입장이다.

여성계는 배우자의 상속 몫을 크게 늘리는 상속법 개정 추진에 대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재산 형성에 배우자가 기여하는 부분이 크고, 급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개정안 입법 취지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은 다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무조건 선취분 50%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잔존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와 함께 산 기간 등 여러 요인을 참작해서 이 비율을 감경할 수 있게 한 만큼 무조건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반대 “개인 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
김헌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생존 배우자의 생활 보장이라는 개정안의 취지가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제도 개선을 통해 달성하고 상속법은 보완책 역할을 해야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생전에 유언으로 사회복지단체나 학교에 기부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잔존 배우자가 50% 선취권을 주장한다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는 상속재산 분배가 이뤄지는데 이는 부당하는 것이다.

김서현 변호사는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망자(亡者)가 생전에 소유했던 재산을 나누는 것인데도 당사자의 뜻보다 법이 우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언의 자유와 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조화시킨 유류분 제도(망자가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을 했어도 배우자와 자녀가 법정 상속분의 절반은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있는데 또 다시 배우자를 고려한 입법은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정안이 남편이 먼저 죽을 것을 상정해 홀로 남겨진 전업 주부 부인의 노후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혼과 재혼이 빈번해진 최근 변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며 법이 개정되면 자녀들이 노골적으로 부모의 재혼을 막는 등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경영권 상속의 경우 예기치 못한 사태가 생긴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개정안에 따르며 평생 경영을 모르고 살던 노모가 느닷없이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되는데 이 경우 본인도, 회사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잔존 배우자의 상속분을 50%로 정하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에도 유사한 법 개정이 시도되었으나 이런 저런 반대로 무산됐었다. 최근 사회 분위기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부인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는 추세다. 가사노동을 정확하게 돈으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유형 무형의 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 노동이 더 재산 형성에 많이 기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법 개정안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물론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혼과 재혼, 기업경영권 상속 등 사례별로 숱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하지만 이는 혼인 지속 기간 등을 참착해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예외규정을 세밀하게 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 개정안을 둘러싼 가장 큰 논점은 아마도 “평생 내가 번 내 재산을 죽으면서 내 맘대로 처분도 못하냐”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밖에서 번 돈은 거의 전부 내 돈이고 배우자(대부분의 경우 전업주부로 살아온 부인)가 기여한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는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만약 옳다면 민법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반대로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면 상속법 개정안은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어쩌면 법 자체보다는 부부 간 재산 형성 기여도를 둘러싼 사회통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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