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견대회

입력 2014-03-07 20:32   수정 2014-03-08 04:3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도그쇼(dog show)를 처음 연 것은 영국 귀족들이었다. 1859년에 60여마리의 포인터(사냥개 일종)를 한자리에 모아 얼마나 잘 생기고 영리한가를 놓고 겨뤘다. 이것이 전국 규모로 커져 세계 최대의 크러프츠 쇼가 됐다. 애견가들의 모임인 영국 켄넬클럽(KC)은 1873년에 생겼다. 10년 뒤 창설된 미국컨넬클럽(AKC)은 뉴욕에서 웨스트민스터 쇼를 시작했다.

이 두 쇼는 89개국 단체가 모인 세계애견연맹(FCI)의 월드 도그쇼와 함께 세계 3대 명견 경연대회로 꼽힌다. 지난달 웨스트민스터 쇼에서 우승한 와이어(직모종) 폭스 테리어는 이 대회에서만 14번이나 챔피언을 차지한 종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고 상을 받으면 몸값이 억대까지 치솟는다. 작년에 우승한 수컷 아펜핀처는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까지 4개 언어를 알아들어 화제를 모았다.

FCI에는 350여종이 속해 있다. 그 속에 우리 진돗개도 있다. 종의 형태에 따라 그룹을 나누는데 1그룹에는 양몰이 등 작업견이 많다. 가장 작업능력이 좋다는 영국산 목양견 보더 콜리는 우아한 스타일에 외모도 뛰어나 특히 인기다. 군견으로 많이 쓰이는 저먼 셰퍼드 독, 소설 ‘플란더스의 개’ 모델인 소몰이 개 보비에 드 플란더스도 명견이다. 오소리 수렵견인 닥스훈트는 숏다리인데도 민첩하고 머리가 좋다.

진돗개가 속한 5그룹에는 스피츠와 프리미티브 타입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메라니안, 시베리안 허스키, 사모예드, 키슈, 알래스칸 맬러뮤트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일본의 아키다, 홋카이도, 재패니즈 스피츠도 이 그룹이다. 이 밖에 아프간 하운드와 라사 압소, 그레이 하운드 등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요크셔 테리어와 아메리칸 아키다, 시추 등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경연대회에서는 먼저 한 그룹에서 한 마리의 챔피언을 뽑고 그중에서 최고의 개를 엄선한다. 삼성전자는 9일까지 열리는 올해 크러프츠쇼를 20여년째 후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14만명이나 몰리니 홍보 효과도 크겠지만, 진돗개를 명견으로 등록시킨 이건희 회장의 관심이 각별하다.

인간 코의 감각 수용체는 600만개에 불과한데 개의 코는 2억개나 된다. 수영장에 커피 한 스푼만 풀어도 냄새를 감지할 정도다. 보통 개가 이런데 명견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명견이 더 나올 수 있으려나. 애견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고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는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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