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단말기 제조사·유통대리점도 울상
미래부는 최소기간, 방통위는 추가제재 모순
[ 김태훈 기자 ]
“이젠 스마트폰 들고 화장실도 못 가겠네요. 떨어뜨려 고장이라도 나면 새것 사기도 쉽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가 7일 휴대폰 보조금 과다 지급과 관련해 통신 3사에 사업정지 처분을 내리자 사용자들이 휴대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사업정지 기간 통신사 변경, 휴대폰 변경 등이 제한되고 휴대폰 가격도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애꿎은 소비자 피해
이번 제재는 오는 13일부터 통신 3사 중 2개사씩 짝을 이뤄 적용된다. 처음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다음에는 KT와 SK텔레콤이, 마지막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순차적으로 영업을 못한다. ‘돌림노래’ 부르듯 제재를 받는 방식이어서 3사 모두 매출이 다소 줄어드는 것 외에 통신사 간 점유율 등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작 피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이번 제재는 신규 가입뿐만 아니라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휴대폰만 교체하는 기기변경도 금지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중 기기변경까지 제한한 것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1일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5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때 SK텔레콤과 KT가 영업정지 대상이다. SK텔레콤이나 KT 가입자들이 갤럭시S5를 사려면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바꿔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는 셈이다.
미래부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4개월 이상 사용했거나 분실·파손된 휴대폰에 대해서는 기기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대리점에서 이 규정을 악용할 경우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일선 대리점에서 분실·파손을 가장해 휴대폰을 판매하면 이를 적발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며 “악용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이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사업자 간 시시비비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내내 영업정지?
이번에 내려진 사업정지 기간은 역대 최장인 45일이다. 하지만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따르지 않아 가중처벌로 내릴 수 있는 규제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휴대폰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에 가중처벌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휴대폰 제조사, 유통업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기간으로 사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주 통신사에 대해 추가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사용된 과다 보조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소 2주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추가 제재를 받은 통신사는 기존 45일 사업정지까지 포함해 무려 2개월가량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한쪽에선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면서 다른 쪽에서는 추가 제재에 나서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돌림노래 방식의 영업정지가 별다른 제재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시장에는 여러 가지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알면서도 같은 제재를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휴대폰 유통업체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5만여 휴대폰 매장에서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월 1조1000억원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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