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Joy
[ 정인설 기자 ] ‘제네바에서 통하면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법칙이 통용된다고 합니다. 예부터 중립국인 스위스의 특성상 어느 나라 메이커냐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차를 본다는 거죠. 그래서 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모터쇼는 유럽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도 많은 신차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개성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루키들을 소개합니다.
슈퍼카의 지존은 누구
유럽은 고성능 슈퍼카의 본고장입니다. 그만큼 업체가 많습니다. 이번 모터쇼에만 10여개 슈퍼카 업체들이 참여했습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대중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슈퍼카를 생산하는 건 당연하겠죠. 스웨덴(코닉세그) 덴마크(젠보)까지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헝가리도 ‘슈퍼카를 만든다’며 제네바모터쇼에 처음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에 본사가 있는 님로드(Nimroad)가 주인공인데요. 코흘리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30년 된 회사입니다. 페라리에서 차체를 받아 이것저것 고쳐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부호들에게 매년 10여대 팔고 있답니다. 올해는 80만유로(약 12억원)짜리 슈퍼카인 아반티로소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에 비유하자면 마이너리그 팀의 관심은 신인이겠고 메이저리그 팀의 스포트라이트는 최고가 선수에 집중되게 마련입니다. 매년 가장 비싼 스포츠카 후보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정도인데요. 올해는 전통의 ‘빅3’가 아닌 이탈리아의 파가니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파가니가 처음 내놓은 5세대 존다 레볼루션 가격은 220만유로(약 32억원). 프랑스 부가티의 신차 렘브란트(200만유로)를 꺾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렘브란트에 더 쏠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부가티의 명성 때문이겠죠. 명불허전이라고 렘브란트는 시속 최고 410㎞로 질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1200마력의 힘을 내고 최대 토크도 1500N·m이라고 하네요.
그럼 이런 차들은 1년에 몇 대나 팔릴까요. 파가니는 올해 존다를 3대 정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가티는 렘브란트 제작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한다
초현대식 슈퍼카만 있는 게 아니죠. 고성능이면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옛 분위기의 슈퍼카들도 인기입니다. 겉모양만 ‘올드’하지 속은 최신식입니다. 현대자동차 포니에 제네시스 엔진을 장착한 차라고 할까요.
105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모건이 이런 외유내강형 차를 전문으로 만들고 있죠. 이번에 내놓은 에어로 슈퍼스포트는 20세기 초반에 나왔을법한 디자인이지만 속은 BMW의 8기통 엔진으로 무장했습니다. 최고 367마력의 힘을 내고 4.5초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급가속할 수 있습니다. 20만프랑(약 2억4000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클래식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하우에터(Haueter)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박수를 받는 회사입니다. 정부나 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장애인 전용 차량을 만들어 여기저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오텍이라는 업체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죠.
핀란드의 UPM이라는 업체는 나무로 만든 차를 꿈꾸는 회사입니다. 차량 외부는 불가능하더라도 내부만큼은 친환경 소재인 목재 펄프로 채울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재생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자동차 안을 꾸며보자는 게 이 회사의 생각입니다.
진화…하이테크, 그리고 친환경
스위스의 린스피드는 괴짜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자동차를 탈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운전석이 아예 없는 무인 전기차인 ‘X체인지’가 대표 모델이죠. 콘셉트카에 불과하지만 린스피드는 “길에 뿌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일념으로 차 안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차도 만들고 있습니다.
린스피드는 이번에 도심형 미니버스의 원형 모델(프로토 타입)인 ‘마이크로 맥스’도 전시했는데요. 차 모양이 독특해 상당수 관람객이 직접 차 안에 들어가 보려 했죠.
도요타는 서서 타는 1인차를 선보였습니다. 작년 말 도쿄모터쇼에 이어 유럽모터쇼에 두 번째 공개했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체중 이동으로 차를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색다른 느낌을 준 것 같습니다. 닛산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레이싱카를 전시했고 포드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콘셉트카 ‘C맥스 솔라 에너지’를 내놨습니다.
제네바=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정인설 기자 ] ‘제네바에서 통하면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법칙이 통용된다고 합니다. 예부터 중립국인 스위스의 특성상 어느 나라 메이커냐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차를 본다는 거죠. 그래서 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모터쇼는 유럽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도 많은 신차가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개성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루키들을 소개합니다.
슈퍼카의 지존은 누구
유럽은 고성능 슈퍼카의 본고장입니다. 그만큼 업체가 많습니다. 이번 모터쇼에만 10여개 슈퍼카 업체들이 참여했습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대중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슈퍼카를 생산하는 건 당연하겠죠. 스웨덴(코닉세그) 덴마크(젠보)까지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헝가리도 ‘슈퍼카를 만든다’며 제네바모터쇼에 처음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에 본사가 있는 님로드(Nimroad)가 주인공인데요. 코흘리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30년 된 회사입니다. 페라리에서 차체를 받아 이것저것 고쳐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부호들에게 매년 10여대 팔고 있답니다. 올해는 80만유로(약 12억원)짜리 슈퍼카인 아반티로소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에 비유하자면 마이너리그 팀의 관심은 신인이겠고 메이저리그 팀의 스포트라이트는 최고가 선수에 집중되게 마련입니다. 매년 가장 비싼 스포츠카 후보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정도인데요. 올해는 전통의 ‘빅3’가 아닌 이탈리아의 파가니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파가니가 처음 내놓은 5세대 존다 레볼루션 가격은 220만유로(약 32억원). 프랑스 부가티의 신차 렘브란트(200만유로)를 꺾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렘브란트에 더 쏠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부가티의 명성 때문이겠죠. 명불허전이라고 렘브란트는 시속 최고 410㎞로 질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1200마력의 힘을 내고 최대 토크도 1500N·m이라고 하네요.
그럼 이런 차들은 1년에 몇 대나 팔릴까요. 파가니는 올해 존다를 3대 정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가티는 렘브란트 제작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한다
초현대식 슈퍼카만 있는 게 아니죠. 고성능이면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옛 분위기의 슈퍼카들도 인기입니다. 겉모양만 ‘올드’하지 속은 최신식입니다. 현대자동차 포니에 제네시스 엔진을 장착한 차라고 할까요.
105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모건이 이런 외유내강형 차를 전문으로 만들고 있죠. 이번에 내놓은 에어로 슈퍼스포트는 20세기 초반에 나왔을법한 디자인이지만 속은 BMW의 8기통 엔진으로 무장했습니다. 최고 367마력의 힘을 내고 4.5초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급가속할 수 있습니다. 20만프랑(약 2억4000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클래식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하우에터(Haueter)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박수를 받는 회사입니다. 정부나 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장애인 전용 차량을 만들어 여기저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오텍이라는 업체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죠.
핀란드의 UPM이라는 업체는 나무로 만든 차를 꿈꾸는 회사입니다. 차량 외부는 불가능하더라도 내부만큼은 친환경 소재인 목재 펄프로 채울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재생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자동차 안을 꾸며보자는 게 이 회사의 생각입니다.
진화…하이테크, 그리고 친환경
스위스의 린스피드는 괴짜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자동차를 탈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운전석이 아예 없는 무인 전기차인 ‘X체인지’가 대표 모델이죠. 콘셉트카에 불과하지만 린스피드는 “길에 뿌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일념으로 차 안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차도 만들고 있습니다.
린스피드는 이번에 도심형 미니버스의 원형 모델(프로토 타입)인 ‘마이크로 맥스’도 전시했는데요. 차 모양이 독특해 상당수 관람객이 직접 차 안에 들어가 보려 했죠.
도요타는 서서 타는 1인차를 선보였습니다. 작년 말 도쿄모터쇼에 이어 유럽모터쇼에 두 번째 공개했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체중 이동으로 차를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색다른 느낌을 준 것 같습니다. 닛산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레이싱카를 전시했고 포드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콘셉트카 ‘C맥스 솔라 에너지’를 내놨습니다.
제네바=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