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남에게 관심을 끌고 싶은 욕구가 지나쳐서 정신병에 가까운 것을 ‘관심병’이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리면 상대의 관심이 격렬하게 나타날수록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인터넷에서 많은 댓글과 조회 수를 얻기 위해 갖은 떡밥을 던지고 욕설과 인신공격을 해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2병’에 발목을 잡힌 어른도 많다. 자의식 과잉 증후군인데, 두뇌발달이 미완인 상태에서 판타지 창작물을 현실과 혼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이 증후군은 입시나 진로 문제 등 현실적인 부분에 눈뜨면서 없어지지만 고쳐지지 않으면 피터팬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도의 관심병은 모두가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이 건강한 자극제가 아니라 병적인 요인이 될 때가 문제다. 때로는 병이 없는데도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뮌하우젠 증후군’이 되기도 한다. ‘대리자 뮌하우젠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도 있다. 다른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면서 동정심과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뮌하우젠 증후군’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팀원들을 이간질하고 갈등시킨 뒤 해결사인 척하는 사람에게 상사나 동료들이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결국 사기 저하, 결속력 약화,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조직이 죽는다”고 경고한다.
‘갠서 증후군’이라는 것도 요상한 병이다. 질문의 의미를 알면서도 일부러 적당한 대답을 둘러대는데, 그냥 거짓말보다 더 지능적이다. 지난 주말 국민을 웃긴 정치 코미디도 이와 비슷하다.
신당 창당 과정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이 자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책사’, “(그 얘기는) 조금 과장된 것 같다”며 능글웃음을 짓는 ‘주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농담이었다”며 말꼬리를 흐리는 책사…. 그야말로 허무개그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게 모두 ‘무대증후군’의 심각한 증세다.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스포트라이트 증후군’도 그렇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은 무대 조명을 받지 못하는 순간 인기와 생명이 끝나는 줄 착각해서 무리수를 계속 둔다. 내려가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새 정치를 한다면서 헌 정치를 자꾸 하는 것이나 70대 중반이 넘은 책사의 가벼운 언동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내려가는 연습’이라는 책이라도 한 번 읽어 보시길.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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