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日·英선 제약없어"
[ 조재길 기자 ]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가 중산층과 서민층이 목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히지만 기대만큼 팔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에게만 가입 자격을 준 게 문제다. 서울 방이동에 사는 김문경 씨(39)는 “아이들 학비 등으로 매달 빚을 져야 하는 서민들이 이런 상품에 가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급여 5000만원 이하’라는 소장펀드 가입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차지훈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장펀드 가입에 일종의 자격 제한이 있는 셈인데 이게 상품 판매를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소장펀드 모델로 삼은 것은 영국의 개인저축계좌(ISA)와 일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다. ISA는 2008년 4월, NISA는 올 1월부터 시행됐다. 일정 한도 내에서 펀드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제도다.
하지만 영국·일본과 한국의 금융제도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해외에선 하나같이 자격 제한을 두지 않지만 국내는 고소득자와 자영업자의 가입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만 16세 이상, 일본은 20세 이상 자국 거주자면 소득이 많든 적든 똑같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하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투자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일본의 경우 올초 NISA를 시행한 지 한 달 반인 2월13일까지 475만개의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다”며 “소장펀드의 가입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ISA를 통해 1인당 100만엔(약 1030만원)까지 최장 5년간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일본 정부는 최근 세혜택을 평생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작년 초 9조엔을 밑돌던 일본 내 주식형펀드 순자산총액은 NISA 등 제도 변화에 힘입어 1년여 만에 16조엔 수준으로 급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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