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제조사에 공급 늘려
차세대 TV 시장 선점 나서
[ 윤정현/이태명/김현석 기자 ]
LG전자가 OLED TV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다. 가격도 공격적으로 내린다. LG가 경쟁사들이 소극적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반의 UHD(초고화질) TV 제품을 내놓는 것은 지금보다는 2~3년 뒤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OLED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이를 돕기 위해 LG디스플레이도 중국, 일본의 TV 제조회사 등에 OLED 패널 공급을 늘려 시장 저변을 넓히고 우군 기업도 확보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과 소니, 파나소닉 등은 비싼 가격 문제로 인해 OLED TV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해 OLED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 LED 패널 기반의 UHD TV를 주력 제품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TV 업계에선 혼자 고군분투 중인 LG가 예상보다 빨리 OLED 시장을 개화시킬 수 있을지, 이를 계기로 선두 탈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OLED TV로 1위 되겠다”
LG전자는 11일 TV 신제품 발표회를 연다. 이번에 선보이는 30여종의 신제품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곡면(커브드) TV’와 ‘OLED’다.
주력 제품으로 6종의 곡면 TV를 출시하는데, 이 중 절반인 3종이 OLED TV다. 지난해 55인치만 선보였던 데서 55, 65, 77인치로 크기를 다양화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곡면 TV는 LG전자가 작년 4월 세계 최초로 내놓았고 이후 삼성, 소니가 뒤따라온 제품”이라며 “경쟁사와 달리 우리는 LCD 외에 OLED 기반의 곡면 TV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품 라인업을 한층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OLED TV 시장 규모는 4000여대(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그쳤다. 2억대가 넘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존재가 미미하다. 매출 기준으로 따져도 0.04%에 불과하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OLED TV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한 때문이다.
삼성은 패널 수율이 높아져 TV값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2~3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마케팅 전략의 중심을 LED 기반의 UHD TV로 돌렸다. 올해 OLED TV는 신제품을 내놓지도 않았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도 작년 OLED TV 공동 개발을 중단했다.
LG전자는 홀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게다가 작년 TV사업에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해 OLED 마케팅에 쓸 ‘실탄’도 별로 없다. 패널 수율도 LED 등에 비해 낮아 55인치 곡면 OLED TV를 700만원대에 팔아도 수익이 크지 않다.
○“역전하려면 달라야 한다”
LG전자는 그러나 올해도 OLED TV 시장 확대에 힘을 쏟는다.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은 지난 1월 “OLED TV에서 새 사업모델을 제시해 TV사업의 재도약 기회로 삼겠다”며 “OLED TV 생산, 연구개발(R&D), 마케팅 투자를 강화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1위(삼성)와 같은 전략으론 역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OLED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향후 몇 년 뒤 OLED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때 삼성을 앞서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일본 등으로 OLED 패널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시장 저변을 넓혀 OLED TV 시장 개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지난해 2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만들어온 M2 라인도 올 하반기 준공된다. 월 2만6000장을 더 생산할 수 있는 M2 라인이 하반기부터 가동되면 패널 생산량이 지금의 4배 이상으로 늘면서 가격도 공격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7일 경기 파주시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배당보다는 내부 체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OLED 시장 선도를 통해 향후 실력이 좋아지면 적당한 배당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정현/이태명/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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