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속수사 핑계로 문 닫아건 검찰

입력 2014-03-10 20:39   수정 2014-03-11 03:47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


[ 정소람 기자 ] “삐이~. 귀하의 카드는 승인이 안된 카드입니다.”

요즘 서울중앙지검 4, 5, 8층에 들어가기 위해 해당 층 출입문에 기자 출입증을 갖다대면 이런 경고음이 나온다. 기자들은 검찰청에서 발급한 출입증으로 드나들며 취재를 할 수 있지만 이곳에는 3~4개월간 접근이 안되고 있다. 각각 형사3부, 형사6부, 조사부가 속해 있는 층으로, 지난 연말 윤갑근 당시 중앙지검 1차장검사 지시로 문을 걸어 잠갔다.

문을 닫은 검찰의 당시 설명은 ‘민감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이들 부서엔 지난해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들이 배당됐고 관련 보도도 경쟁적으로 나갔다. 형사3부와 6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었고 조사부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고발 사건을 맡아 왔다. 검찰은 “과도한 취재 경쟁 때문에 피의 사실이 유출되고 신속한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출입 제한을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 얘기와는 달리 정작 수사는 몇 달째 지지부진하다. 반년간 끌어온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알려진 채모군 정보 유출 의혹 사건은 지난해 말 ‘윗선 의혹’을 받은 청와대 행정관과 서초구청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담당 주임검사는 지난 1월 홍성지청으로 발령이 나 수사에서 손을 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형사6부의 수사상황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조사부 역시 이 전 회장에 대해 올해 초 수사를 종결하겠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뒤 두 달째 무소식이다. 하나같이 검찰이 강조한 신속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기자들의 출입까지 막아 가며 ‘공들인 수사’치고는 실망스런 결과다. 일각선 검찰의 칼끝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해 CJ, 효성, 동양 등 대기업 비리 사건을 비롯해 대형 사건들이 여느 해보다 많았던 한 해지만 기자 출입 제한은 유례가 없는 조치였다. 문을 걸어 잠그고 해당 부서에 있는 타 사건에 대한 취재까지 제한되면서 국민의 알권리까지 침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 검찰이 신경 써야 할 일은 기자들의 취재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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