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구글 공격·모바일 부진…'디바이스와 서비스' 방향 고수할 지 관심
운영체제 팔아 돈벌었지만 안드로이드·iOS에 밀려
윈도폰·윈도 태블릿 부진에 인터넷 서비스도 해마다 적자…엑스박스 그나마 성공
크롬북 성장·노키아 인수 등 MS의 미래 변수 많아…나델라의 새 결정에 주목
[ 김광현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과연 어디로 갈까? 스티브 발머에 이어 사트야 나델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MS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키아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사업을 계속 강화할지가 관건이다. 나델라는 발머가 잡은 방향대로 갈까? 아니면 방향을 틀까?
○이사회는 노키아 인수를 반대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발머가 사임 의사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MS 내부 상황에 관해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이사회에서 노키아 인수를 놓고 발머와 이사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발머는 회의실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함을 질렀고 “뜻대로 안되면 CEO를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했다.
발머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뿐만 아니라 지도 플랫폼 부문인 HERE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발머와 이사들은 타협을 했다. 며칠 후 MS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을 7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HERE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곧이어 발머는 “1년 이내에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노키아 인수를 놓고 CEO와 이사회 의견이 대립했다는 것은 MS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발머는 MS의 미래 비전을 ‘디바이스와 서비스(D&S)’로 잡았고 디바이스(기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발머가 물러났으니 회사 비전도 달라질 수 있다.
○구글이 깨뜨린 윈도 왕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MS가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비전으로 잡은 것은 소프트웨어 판매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MS는 그동안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팔아 돈을 벌었다. 윈도와 오피스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는 거의 없었기에 앉아서 떼돈을 벌 수 있었다.
MS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윈도모바일’을 내놓았다. 그러나 애플 iOS(아이폰)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렸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뿌리면서 모바일 OS로 돈을 벌려던 계획은 박살났다. 이에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윈도폰을 내놓았지만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 점유율은 4%에 그쳤다.
MS 오피스도 구글의 공짜 오피스 프로그램 ‘구글드라이브’ 때문에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구글드라이브는 MS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고, 클라우드 저장공간과 통합돼 있다. MS는 클라우드 버전 ‘오피스365’와 ‘원드라이브’로 맞서고 있지만 오피스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디바이스와 서비스’ 잘될까?
MS는 오래전부터 디지털 기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지향했다. 그래서 애플 아이팟터치가 뜨자 ‘준(ZUNE)’을 내놓았고 아이폰이 뜨자 ‘킨(KIN)’ 폰을 내놓았고, 아이패드가 뜨자 ‘서피스’를 내놓았다. 그리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노키아를 인수했다.
하드웨어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게임기 ‘엑스박스’ 정도가 성공 케이스로 꼽힐 뿐이다. 더구나 윈도ㆍ윈도폰 공급사가 이를 탑재한 기기까지 만들면서 제조사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PC 메이커들은 최근 구글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이나 크롬박스를 앞다퉈 내놓는 등 ‘반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서비스 역시 녹록지 않다. MS는 2009년부터 검색 서비스 ‘빙(Bing)’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점유율은 10%대에서 맴돌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해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업용 서비스에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단계다.
MS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새 CEO 나델라가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계속 지향하느냐, 방향을 바꾸느냐에 따라 갈 길이 달라진다. 노키아 인수에 따른 파트너들과의 관계 변화, 크롬북의 성장도 중요 변수다. 나델라는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낼지…. 당분간 나델라의 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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