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동유럽 국가는 천연가스 소비의 8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때문에 러시아는 당연하다는 듯 천연가스를 무기로 이들 국가에 간섭해왔고 영향력을 극대화해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야말로 러시아적 자원 패권주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 패권에서 벗어나려는 동유럽 국가들에는 때마침 미국의 셰일가스가 극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만도 아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방세계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유럽국들이 모여 셰일가스 수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분야의 연결 고리를 이제 재설정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6년과 2009년 당시 러시아가 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는 바람에 유럽이 고통을 겪었던 때와 사뭇 다른 상황이다.
미국도 적극적이다.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셰일가스 수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여론도 우호적이다. 셰일가스를 둘러싼 국제정치학적 패러다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면이다. 일본이나 인도, 산유국 아랍에미리트도 모두 미국에 셰일가스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물론 이들 수입국에는 핵우산과 맞먹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가 뒤따른다. 가스 수송 루트는 당연히 미국 방위망과 연결돼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배경에도 셰일가스 수입 문제가 깔려 있다.
셰일가스가 세계 정치경제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가스수출국기구(GECF)도, 중동이 지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힘을 잃고 있다. 가히 정치 지형의 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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