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다시 봤다.”
최근 관가에서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에 대해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약한 줄만 알았던 여성 행장이 의외로 강단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사들인 자사주를 2분기에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방식으로 내다 파는 것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권 행장이 보여준 소신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엔 기업은행의 자사주 매각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기업은행이 자사주를 블록딜(대량매매)로 팔면 정부가 가진 기업은행 지분을 90일간 팔지 못하게 돼서다.
연이어 물량이 나올 경우 주가에 타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항이 만들어졌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9%가량의 기업은행 지분을 팔 예정인 정부로서는 양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업은행이 자사주를 파는 일정과 휴가철을 감안하면 사실상 오는 9월이나 돼야 정부 지분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행장의 설득은 집요했다. 정부 관계자는 “권 행장이 기업은행의 자사주 매각이 우선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며 “정부로부터 자사주를 사들임으로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니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를 먼저 팔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설명했다. 권 행장은 “지난해 정부가 기업은행 지분을 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협조한 만큼 이번엔 기업은행의 사정을 좀 봐달라”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권 행장의 집요함이 성과를 내 기업은행은 2분기 GDR 발행으로 BIS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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