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증시, 대외 악재 '벌벌', 대내 이벤트 '덤덤' 언제까지?

입력 2014-03-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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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하 기자 ]
국내 증시가 답답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중 최저·최고치 차가 100포인트도 안 될 만큼 좁은 거래 범위(박스권)를 나타냈다.

박스권 내에서도 대외 이벤트엔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 급락장을 보이는 반면 경제혁신 3년 계획 등 대내 이벤트에는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는 2분기에 대외 악재들이 진정되고 국내 경제·통화정책 변화에 좀 더 주목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3일 오전 10시45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5포인트(0.39%) 오른 1940.09를 나타냈다. 전날 코스피는 중국 금융위기 우려 등으로 1% 넘게 급락했다.

중국 금융위기설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전날 장중 중국 태양광업체인 차오리(시가총액 22억 위안)에 이어 에너지업체인 바오딩 톈웨이(59억 위안)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본적으로 국내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외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라며 "국내 이벤트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은 미국의 점진적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나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강력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 최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로(0)'에 가깝다. 한은 금통위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열리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인하 이후 10개월 연속 동결됐다. 정책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 탓도 있지만, 금통위 발언 역시 향후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한은이 시장 영향력을 잃은 이유는 '매파'도 '비둘기파'도 없고 '정부파'만 있다는 시장의 비아냥 섞인 농담에도 잘 드러난다" 며 "결국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자리 잡았는데 정부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총체적인 '모멘텀 부재'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 이벤트의 영향력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주열 차기 총재가 취임하면서 주재하는 첫 회의이기 때문.

윤기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이주열 차기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이 강화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파'로 인식하고 있다" 며 "일각에선 이주열 지명자는 과거 부총재 시절 금융위기 당시 금리를 적시에 인하하고 인상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중도로도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신임 총재의 등장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기조가 나타나거나 일종의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윤지호 센터장은 "국내 경제의 여건(펀더멘털)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우려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연초부터 제기됐다" 며 "새로운 총재의 기조에 따라 금통위 이벤트가 좀 더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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