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기자 ] "전기자동차(EV)를 도로에서 보려면 충전 인프라부터 갖춰야죠." "전기차가 나온다고 팔리겠어요? 충전소도 없는데···"
그동안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종종 늘어놓던 말이다. 충전소 없이는 전기차 보급도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충전 인프라에 대한 해답이 나올까? 대형마트가 충전소를 세울 적합한 장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
신세계 이마트가 올해 안에 전국의 이마트 매장 60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마트 전국 140여개 지점 가운데 전체 4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에 나선 신세계와 포스코ICT, BMW그룹코리아는 지난 12일 3사가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서울과 수도권, 제주지역 이마트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준비하고 점차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충전사업의 시행을 앞두고 이마트는 장소를 제공하고 포스코ICT가 설치 운영을 맡기로 했다. BMW코리아는 충전 설비에 들어가는 일부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충전소 사용은 BMW i3 뿐만 아니라 SM3·쏘울·스파크 전기차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마트 측은 i3 전기차 구매자나 이마트 회원카드(멤버십 카드) 소지자에 한해 충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물론 현재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수는 전국 1962개(급속 170개, 완속 1792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관공서나 기업체 지하주차장, 서울 시내 전철 인근의 편협한 장소로 국한돼 있어 대중이 이용하긴 불편하다.
이마트는 평일에도 하루 10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몰리는 대형 마켓이다. 1개 매장에 충전소가 설치되면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내년까진 매장 내 충전소를 100여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서울 시민들도 가까운 이마트를 찾아 충전하는 데 큰 불편을 덜 수 있다.
BMW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곳이 대형마트여서 이마트는 충전소 설치에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준비중인 충전시설은 완속 충전기로 1시간 충전하면 주행거리 50㎞ 정도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 당 약 7kw를 충전할 수 있으며 1kw당 주행거리가 7㎞ 정도 된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이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평균 1~2시간 정도 쇼핑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50~100㎞ 정도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시티카(전기차 공동이용 서비스) 업체인 에버온의 송기호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만들어 질려면 넓은 주차공간이 필요하다"며 "운전자가 볼 일을 보는 장소에서 즉시 충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결국 운전자가 차를 주차시키고 업무를 보는 도중에 충전을 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효과적이다.
이마트가 전기차 충전소 문제의 해결사 노릇을 해줄지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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