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차기 한은총재 내정된 이주열 후보자, 매와 비둘기 두마리 모두 잡을까

입력 2014-03-14 16:52  

[ 도병욱 기자 ]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중앙은행 수장으로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62)가 내정됐다. 한은 수장이 교체됨에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차기 한은 총재에 이 전 부총재를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한국은행 업무에 누구보다도 밝으며 판단력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갖췄다”며 “합리적이고 겸손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발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역대 한은 총재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후보자는 이날 한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운용방향 등에 대해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강원 원주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35년간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한은맨이다. 조사, 통화정책 등 요직을 거치면서 중앙은행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앙은행의 첫 번째 책무가 ‘물가 안정’에 있는 만큼 경기 대응보다는 물가 안정을 더 중시하는 ‘매파’ 성향을 갖고 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성장과 고용을 중시하는 정부와의 정책공조에도 탄력적으로 나서는 ‘비둘기파’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와 함께 은행자본확충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 시중은행 유동성 공급 등 정부와 공조해 각종 시장안정 대책을 추진했다. 이 전 총재가 중앙은행 독립성을 앞세워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면, 이 후보자는 당시 부총재로서 정부와 물밑 조율을 담당하면서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한은 내에서 외부와 말이 잘 통하고 사고가 유연한 인물”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는 일찌감치 차기 총재 물망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한은 총재 적임자’를 꼽는 설문조사에서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박철 전 한은 부총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한은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통화금융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자는 지연이나 학연으로 연결되는 인맥은 별로 없는 편이다. 직장 생활 대부분을 한은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들어온 뒤 고등학교 선배는 만난 적이 없다”며 “원주의 작은 학교여서 서울에 선후배들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도병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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