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은 믿을 수 없고…스펙을 안 보면 어떻게 뽑나

입력 2014-03-14 20:30   수정 2014-03-15 05:58

기업 채용시장에 ‘탈(脫)스펙’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함에 따라 공기업은 물론 주요 대기업, 은행 등에도 스펙을 배제한 채용전형이 확산되는 중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엊그제부터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과 함께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스펙초월 채용간담회를 열고 있다. 교육부도 과학고 내년 신입생 선발 때 스펙을 기재하면 최하등급을 주도록 지시했다.

고질적인 학벌주의, 불필요한 스펙 경쟁의 폐해를 없애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스펙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풍토는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하지만 탈스펙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과제다. 더구나 해고가 결코 쉽지 않다. 한번 뽑으면 자질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내보내기가 어렵다.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판단하지 않고 과연 무엇을 보고 선발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대학에선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점은 뻥튀기이고, 편향된 교수들은 세상에 대한 적개심만 잔뜩 길러 내보낸다. 경제·경영학과를 나와도 시장경제 기본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경총 조사결과 355개 기업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에 평균 18.3개월, 1인당 5959만원을 썼을 정도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획일화된 스펙은 기업도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스펙 경쟁이 치열한 것은 취업시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스펙 채용은 자칫 정성적 요소까지 갖춰야 하는 이중부담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어 더 불안하다”고 하소연한다. 스펙을 지운다고 스펙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기업에 맡겨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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