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송기간 길어져 기업 부담 더 늘어"
[ 김주완 기자 ] 국회가 개인과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에 대한 행정소송도 다른 정부기관처럼 3심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공정위는 기업들의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제계 “일본도 3심제로 전환”
지난 5일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한 전속 관할법원을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방법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는 단순히 관할법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에 대한 행정소송을 현행 2심제에서 3심제로 변경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공정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관할법원은 1심이 서울고등법원, 2심이 대법원이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나 대전지방법원이 1심 재판정으로 바뀌면 공정위에 대한 행정소송은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의 3심제로 개편된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재판받을 권리(사법적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다른 행정소송과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선 3심제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세종시로 옮겨간 것도 대전지방법원을 1심으로 둘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 그동안 경제계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공정위 관련 재판을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다른 정부 기관처럼 3심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공정거래법보다 더 전문적인 조세에 관한 소송도 3심제로 하고 있다”며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을 3심제로 바꿔 기업들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도 “규제행정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기업에 한 번 더 소송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에서도 지난해 12월 논란 끝에 공정위 제재 관련 불복 소송을 2심제에서 3심제로 개편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1심 역할”
하지만 공정위는 3심제 전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3심제로 바뀔 경우 인적·물적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전원회의로 운영되는 공정위의 사건처리 과정이 준사법적 절차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1심 기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2심제에서도 평균 소송기간이 9년 정도로 긴 편인데 3심제로 변경하면 정부와 기업 모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관할법원인 서울고등법원 6, 7부의 경우 10년 이상 공정거래 사건을 전담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2심제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주요 국가도 대부분 2심제를 택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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