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물가 안정돼 보이는 이유

입력 2014-03-14 21:22  

스토리&스토리


소비자물가지수에 의한 물가상승률만 보고 저금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된 품목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정책으로 풀린 통화량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품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통화량이 많이 풀렸다 해도 그 풀린 통화량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들어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아닌 다른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나 자본재 시장에서 유통됐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오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아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오판할 수 있다.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했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자산거품 현상에 뒤늦게 반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오판은 일본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미국 중앙은행(Fed)도 마찬가지였다. 저금리 정책에 의해 통화량이 늘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것을 보고 통화팽창에 의한 주택시장에서의 버블을 간과했다.

재정지출을 통한 구제금융은 올바른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부실기업은 파산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파산은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나쁜 투자로부터 더 생산적인 투자로 자원을 이동시킨다. 구제금융은 이런 잘못된 투자를 교정하려는 시장의 자원 배분을 방해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지연시킨다. 구제금융은 퇴출돼야 할 기업을 존속시킨다. 좀비기업이 존속하게 되면 희소한 자원에 대한 불필요한 경쟁이 생겨 자원사용 비용이 증가함으로써 건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에 피해를 주고 경제 전체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저금리 정책을 쓰는 한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정투입과 저금리로 돈을 쏟아부으며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한다. 잘못된 투자가 교정되도록 하고, 희소한 자원이 비생산적인 투자로부터 생산적인 투자로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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