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와 30분 거리
글렌로스GC와 연계…인근 유휴용지까지 개발
[ 최병일 / 고경봉 / 한은구 기자 ]
삼성물산과 에버랜드가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키로 한 것은 인근 글렌로스GC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리조트단지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그랜드 플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골프장 운영을 넘어 인근 유휴용지까지 개발해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종합리조트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랜드 테마파크 플랜
이번 인수에서 삼성물산은 재무적 투자자로, 에버랜드는 실질적 운영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4일 “삼성물산은 투자자 입장에서 인수에 참여했으며 골프장 운영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 26만㎡(7650평)에 달하는 레이크사이드CC 주변 유휴용지 개발은 삼성물산이, 골프장 운영은 에버랜드가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레이크사이드 CC는 에버랜드까지는 14㎞, 차로 30분이면 도착한다. 직선거리는 10㎞도 안된다. 골프장 유휴용지에 골프텔 등 숙박시설을 짓고, 이를 기존의 에버랜드, 글렌로스GC와 연결하면 ‘그랜드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레저시설에 대한 노하우 확보 차원에서 이번 인수를 결정했고, 에버랜드는 레이크사이드와 인접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안양CC(18홀)를 비롯해 가평베네스트(27홀)와 안성베네스트(27홀+대중제 9홀), 글렌로스(대중제 9홀) 등 4개 골프장을, 삼성물산은 동래베네스트(18홀)을 운영 중이다.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총 52홀)까지 인수하면 기존 108홀에서 총 162홀 규모의 골프장을 보유하게 된다.
○높은 가격 걸림돌에 매각 3년 걸려
레이크사이드CC가 매각되면서 우리투자증권과 국내 연기금들은 2007년 사모펀드(PEF)를 통해 이 골프장 최대주주에 올라선 지 7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수 이후 가족 경영권 다툼과 투자기관 간 갈등, 고가 논란 등에 시달렸고, 결국 당초 매각 측의 목표가(1조원)에 훨씬 못미치는 값에 매각되며 투자자들에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투자증권 PEF인 마르스제2호는 2007년 교직원공제회가 1065억원을 대며 최대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지방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투자에 동참해 만들어졌다. 이후 마르스2호는 2700억원에 레이크사이드CC 지분 47.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한동안 창업주 일가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2010년 양측의 지분을 공동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중공업, 한화, KT&G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골프장 내 유휴부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도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인근에 위치한 삼성에버랜드도 강력한 인수 후보 중 한 곳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높은 매각가격이 걸림돌이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88CC의 감정평가액(4300억원)을 기초로 레이크사이드CC의 가치를 9000억~1조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고가 논란에 인수후보들이 외면하면서 매각 작업은 1년 넘게 중지됐다.
지난해에는 중견 건설업체인 호반건설과 상당 수준까지 매각협상이 진행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퍼블릭 코스 18홀을 따로 떼어 4000억원에 팔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 사이 매각 가격은 1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다시 3600억원으로 내려갔다. 마르스2호의 펀드만기가 올해로 다가오면서 매각 측은 급해졌고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이크사이드CC는 올해 1월 재매각 공고를 내면서 최소 입찰가격을 3000억원까지 낮춰 삼성물산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레이크사이드CC는
국내 첫 대중 골프장, 54홀…회원권 한때 8억 넘었던 '명문'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에 있는 레이크사이드CC(54홀)는 1986년 재일동포인 고(故) 윤익성 씨가 일본에서 번 돈을 가져와 지었다. 1990년 동코스 18홀과 남코스 18홀 등 36홀 규모의 퍼블릭골프장(대중제 골프장)을 개장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18홀) 대중 골프장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이었지만 회원제 골프장 못지않은 코스와 시설로 단번에 골퍼들에게 사랑받았다.
1997년 9월에는 회원제 18홀인 서코스를 추가 개장하면서 당시로선 국내 최대 규모(54홀)를 자랑했다. 서울 강남에서 1시간이 안 걸리는 탁월한 접근성으로 주말 이곳에서 부킹하려는 유력 인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서코스의 회원권 가격은 한때 8억원을 넘어 ‘황제 회원권’으로 불렸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을 개최하기도 했다.
1996년 창업주가 작고한 뒤 사망 전까지 창업주보다 먼저 세상을 등진 장남 윤맹진 씨 대신 차남인 윤맹철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 골프장을 경영했다.
윤익성 창업주는 슬하에 6남매를 뒀다. 이 중 둘은 일본에, 나머지 넷은 한국에 있다. 창업주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지분을 골고루 양도했다. 당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차남 윤맹철 전 회장(36.5%)이 골프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윤 전 회장의 골프장 경영에 불만을 품은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갖고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장남인 고 윤맹진 씨의 아내 석진순 현 대표와 아들(윤용훈)은 윤 전 회장보다 적은 지분(14.5%)을 물려받았다. 한국에 있는 나머지 두 형제(윤광자, 윤대일) 역시 14.5%씩 지분을 물려받았다. 일본 측에서는 20%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일본 지분 20%를 합쳐 윤 전 회장은 56.5%가 돼 골프장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으나 형제 가족들의 상속 지분과 관련, 끊임없는 다툼이 이어졌다.
2004년 윤 전 회장이 한국에 있는 나머지 3형제에게 각각 지분 3%씩을 양도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3형제의 지분이 종전 대주주보다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3형제(윤광자, 석진순+윤용훈, 윤대일)는 합의 아래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차지하려 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인 ‘마르스2호’가 2007년 4월 윤맹철 씨 측 지분을 인수하면서 가족 간 분쟁은 국내 사모펀드의 첫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변모했다.
마르스2호는 2012년 5월부터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초기에 매각 대금이 1조원을 호가했으나 부동산 경기 불황 여파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3분의 1 토막으로 떨어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최병일/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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