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과시욕’이다. 부자들의 미술품 구매 만족도는 미술품 자체에서도 오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높은 가격에서도 온다.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재료가 비쌌던 과거에 부자들은 화가에게 일부러 값비싼 염료나 해외에서 들여온 흔치 않은 물감, 보석 등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했다.
완성된 그림은 거실에 걸어두고 집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데 이용했다. 이들은 초상화의 풍경 속에 자기 소유의 땅이나 농작물을 함께 그려넣게 하기도 했다. 현대인이 유명 화가의 그림을 구매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 같은 현상을 ‘베블런 효과’(→사치품이 잘 팔리는 까닭)로 설명했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를수록 과시욕, 허영심 등이 가세해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필요에 의해서 재화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나 명성을 자랑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다. 가격이 쌀 때는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다가 가격표에 동그라미가 몇 개 더 붙으면 갑자기 구미가 당기는 심리이기도 하다.
값비싼 미술품을 사고자 하는 마음은 ‘스놉 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속물’을 지칭하는 스놉 효과는 어떤 상품의 구매자가 늘어나면 거꾸로 그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만 소유하고 보여주려는 심리를 대변한다.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에 대한 수요도 이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제멋대로 걸치고 들고 다닐 수 있는 명품보다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예술품에 대한 애호가 조금은 더 고상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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