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책 혼선 논란에
정 총리·현 부총리, 세종서 회의·일정 늘어
[ 김우섭 / 김주완 기자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회의하거나 업무를 보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현 부총리는 지난 10일 기재부 직원과 점심·저녁을 함께한 뒤 세종시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날에는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던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지난주 현 부총리 주재로 세종시에서 열렸다. 그는 12일과 16일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지만 서울에서 내려와 세종시 관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국무위원들의 세종시 일정이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관련 부처 장관회의를 대부분 세종청사에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세종시에서 특별한 행사가 없더라도 저녁이면 서울에서 내려와 하룻밤을 보내는 국무위원이 늘고 있다. 18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도 처음으로 ‘청와대-세종청사 영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청사에 머물고 있는 국무위원을 배려해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 (현 부총리가) 관사에서 잠자는 날이 1주일에 하루 정도에 불과했다면 앞으로 3~4일은 세종시에서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최근 세종시 일정을 늘리고 있다. 지난주에는 수요일 하루만 빼고 모두 세종에 머물렀다. 10일 간부회의와 국무회의, 11일 교황방한준비위원회, 13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14일에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와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지원위원회를 세종에서 개최하고, 민방위 훈련까지 참가했다.
이처럼 국무위원의 세종시 일정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정부부처가 추가로 세종시에 이전한 것도 있지만 최근 청와대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주요 회의·행사를 세종시에서 개최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전·월세 대책 논란을 겪으면서 서울~세종을 오가는 업무 비효율로 정책 내용이 부실해지고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종시에서 업무를 보는 것조차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고, 국무위원이 따르는 모습이 재연된 것에 대한 내부 비판도 만만찮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종청사 시대를 맞이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던 업무 습관이 대통령 지시로 1주일 만에 바뀌었다”며 씁쓸해했다.
청와대 지시 이후 국무총리실은 13일 “올 들어 세종시 중심의 국정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김우섭/김주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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