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승진 9년만에 대표
LG그룹 문화에선 흔치 않은 고속 승진
[ 남윤선 기자 ] “송 상무 밑에서 일하다간 곧 과로로 쓰러질 것 같다.”
2006년 말 당시 재경담당 상무였던 송치호 LG상사 대표이사(부사장·사진) 밑에서 일하던 한 과장은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이제껏 이렇게 독하게 일하는 임원은 처음이었다”며 “주말에 쉰 적이 1년에 다섯 번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4일 LG상사 대표이사(각자대표)에 취임한 송 부사장의 별명은 ‘독종’이다. 새벽, 주말 따지지 않고 업무가 있으면 끝까지 수행하면서도 직원들과의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6년 임원이 된 송 부사장은 만 9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보수적인 LG 문화에선 흔치 않은 고속 승진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송 부사장은 해외 곳곳을 뛰며 영업을 하던 일반적인 ‘상사맨’은 아니다. 1984년 LG상사 국제금융과로 입사한 뒤 경력의 대부분을 재경, 기획 부문에서 일했다. 덕분에 관리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몇조원 단위의 숫자가 빽빽이 적혀 있는 회계장부에서도 틀린 부분을 귀신같이 찾아낼 정도다.
2007년 그룹 내 2인자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되면서 송 부사장는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철두철미한 구 부회장은 매사 치밀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송 부사장을 주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 부회장이 “관리에만 붙잡아 두기에는 아까운 인재”라고 판단해 영업쪽 업무를 맡게 됐다.
송 부사장은 2010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을 때 전무로 승진하며 처음으로 석유화학, 철강 등을 담당하는 영업조직인 산업재2부문을 맡게 된다. 그는 어려운 업황에도 관리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 부문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2011년 송 부사장은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지역 총괄을 맡아 현지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는 유연탄 등 LG상사의 주력인 자원사업뿐 아니라 팜 농장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탁월한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관리와 영업 분야에서 고루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경영자질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회사의 핵심사업부인 자원원자재부문을 맡게 됐다.
지난해 말엔 이희범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LG상사 CEO로 영입되자 그룹 내부에선 송 부사장이 ‘안살림’을 챙기게 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LG 관계자는 “송 대표의 고속 승진은 LG그룹도 이제는 점점 ‘독종 DNA’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송치호 대표이사 약력
1984 LG상사 국제금융과 입사
2001 홍콩법인장(부장)
2006 재경담당 상무
2007 경영기획담당 상무
2010 산업재2부문장(전무)
2011 印尼지역총괄 전무
2013 자원원자재부문장(부사장)
2014 대표이사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