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기업 인수 불허 결정이 나온 것은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공정위는 에실로 아메라 인베스트먼트의 대명광학 주식 취득 건에 대해 시장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에실로 아메라 인베스트먼트를 지배하고 있는 에실로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안경렌즈 제조·판매사로, 전세계 시장점유율 47%인 1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단초점렌즈와 누진다초점렌즈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소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불허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가부터 고가까지 모든 상품군을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업체인데다 국내 유통채널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끼워팔기 등 무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에실로는 2013년 1월 대명광학의 주식 50%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3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에실로는 2002년 대명광학과 경쟁 관계에 있던 국내 안경렌즈 제조업체 케미그라스를 인수한 바 있다.
케미그라스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단초점 안경렌즈 시장의 1·2위 업체를 모두 지배하게 돼 시장점유율이 6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위 사업자(한미스위스) 점유율 11.1%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누진다초점렌즈 시장 역시 에실로가 점유율 46.2%로 1위 사업자가 될 것으로 공정위는 예측했다.
도매 기준 안경렌즈 시장규모는 연간 약 1500억원이며 소매시장 규모는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국내 단초점렌즈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대명광학이 가격경쟁을 주도해 가격의 하향안정화가 이뤄져왔다"며 "이번 조치로 건실한 국내 중견기업이 글로벌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기존 경쟁체제 유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그동안 기업결합 신고를 불허한 사례는 총 7건이다.
동양화학공업의 한국과산화공업 인수(1982년), 송원산업의 대한정밀화학 인수(1982년), 동양나이론의 한국카프로락탐 인수(1996년), 무학의 대선주조 인수(2003년),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2004년), 동양제철화학의 콜럼비안케미컬즈컴퍼니 인수(2006년), 오웬스코닝의 상고방베트로텍스 인수(2007년) 건 등이다.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글로벌 면세점 인수(2009년)와 호주 철광석 업체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작회사 설립(2010년) 등 2건은 공정위 또는 각국 경쟁당국이 불허 방침을 시사하자 인수·합병 기업 측에서 기업결합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이외 11건은 기업결합을 허용하면서 경쟁구조 유지를 위해 자산매각 등의 구조적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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