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는 이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규제가 도입될 것이고요.” 스티븐 포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이사의 발언에 자산운용업계가 주목했다. 포 이사는 18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자산운용협회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패널 토론‘ 참석자들은 그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관심을 표했다. 이날 토론에는 샐리 웡 홍콩자산운용협회 대표, 마이클 림 싱가포르 자산운용협회 상무 등이 참석했다.
포 이사는 “업계는 더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될 것” 이라며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발생한 내부자 거래, 주문 실수 등의 문제로 고통을 겪은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선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중요한데, 규제 당국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주문자 실수를 통해 오거래가 발생한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은 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거래가 증가한 탓이다. 2012년 발생한 외국 브로커 회사의 주문 실수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이 회사의 잘못된 매수 주문이 미국 증시에 영향을 끼치는 데까진 단 48분이 걸렸습니다. 이 회사는 결국 파산을 했죠. '뚱뚱한 손가락'(fat finger·주문 입력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 불러온 손실은 정말 컸습니다.”
규제 당국의 역할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포 이사는 “예전에는 공시와 같은 기본적인 규제에 신경썼다면 지금은 그 역할이 굉장히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 판매 과정뿐만 아니라 그 이전 과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간의 심리학까지도 봅니다. 어떤 심리에서 이런 투자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영국 같은 경우에도 상품 판매사들이 어떻게 투자자들의 행태를 악용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상품을 판매한 이후 모니터링까지도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어 “규제 당국이 초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금융 사고가 발생한 뒤에 움직인다면 당국으로서의 존립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초창기부터 개입해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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