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께 국회반장단과 오찬을 하면서 일찌감치 경기도지사 출마를 밝혔다. 부천시장 경험을 살려 경기도정을 이끈후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담담하게 털어놨고, 당내 잠재후보들과 의견조율(교통정리)을 거쳤다는 얘기도 했다. 대중인지도에서 최대 ‘난적'으로 꼽히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불출마'의중을 확인했다는 말도 했다.
6.4지방선거 막이 오르면서 그의 예상은 하나씩 빗나갔다.
호형호제하는 김진표 의원과 김상곤 전 교육감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기도지사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엔 믿었던 남 의원까지 상대진영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나섰다.
원 의원과 김 의원, 김 전 교육감 등 셋은 ‘아름다운 경선’을 약속했다. 하지만,이기는게 선거의 본질인 정치판에서 ‘아름다운 경선'은 헛된 수사일 뿐이다. 2살씩 터울로 서울대 동문인 셋은 예선전의 휘슬이 울리자 마자 상대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경선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셋의 난타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실현시켜 단숨에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전 교육감은 이번엔 ‘무상버스’공약을 들고 나왔다. 김 의원과 원 의원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무상급식'이든 ‘무상버스'건 모두 세금을 재원으로 한다. 대중교통까지 ‘공짜'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란 지적이다.
버스공영제를 주장해온 원 의원이 발끈했다.
그는 “버스공영제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도외시하고 이른바 ‘공짜 버스’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성토했다. 버스공영제를 가장 먼저 주장해온 그로선 자신의 공약이 ‘무상버스’에 묻혀버리는 것을 지켜볼수만은 없는 일이다.
원 의원의 버스공영제는 공공서비스 보장을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버스운행에 필요한 생산요소를 소유하여 직접 운영토록 하는 것이다.이를 통해 비수익노선의 지속적인 운행, 저렴한 요금유지 등 공익차원에서 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원의원은 ‘공짜버스’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공짜 버스’가 시·군에 지나치게 큰 재정 부담을 지우고, 완전버스공영제를 위해 버스회사를 인수하면서 수조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교육감은 18일 새정치 민주연합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두 경쟁자를 앞에두고 ‘무상버스'공약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상급식 누가 했느냐, 무상버스도 반드시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맏형격인 김 의원도 김 전 교육감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이 기자 회견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쓸데없이 보수진영을 자극, 경기도지사 선거를 이념분쟁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경기도지사 선거를 3~4차례 했는데 그동안 진보 대 보수 프레임으로는 (진보가)한번도 못 이겼다”며 “남경필 대 김상곤 구도로 가면 ‘유시민꼴’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초반부터 셋이 맞붙은 형국이지만, 아직까지 수십년간 쌓아온 셋의 우정에 ‘금 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원의원(51년생)과 김 전교육감(49년생)은 서울대 역사교육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다.2년 선배인 김 전 교육감이 상과대 학생회장을 맡았을때 원 의원은 1학년으로 교양학부 학생회장에 선출됐다.김 전 교육감이 학생회장 호선으로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후에 두 사람은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함께 했다. 지난 1971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선포에 앞서 일종의 정지작업으로 위수령을 발령, 전국 대학생 175명을 제적시킨 후 강제징집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군대동기’로 이어지게 된다.김 전 교육감은 경기도 연천에서, 원 의원은 강원도 철원에서 소총수로 전방을 지켰다. 이런 인연으로 원 의원은 김 전 교육감이 교육감 출마 당시 두팔을 걷어붙이고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맏형격인 김 의원(47년생)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동문이고, 특히 원 의원과는 경복고 2년 선배이기도 하다. 3선의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을 두루 역임하는 등 행정경험이 풍부하다. 4선의 원 의원은 풀무원식품을 창업해 기업가로 성공했고, 두 차례 부천시장을 역임했다.김 전 교육감은 무상급식·혁신학교 등을 주도하면서 진보색채를 띤 ‘교육대통령’으로 김,원 의원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셋은 정치계에서 한번도 경쟁없이, 상호 조언및 조력자로서 특별한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
김 전 교육감이 4년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때는 김 의원 사무실에 선거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김 의원은 김 전교육감이 자신과 ‘러닝메이트’로 교육감 재선에 나서줄 것을 내심 바랬던 것으로 전해진다.
셋의 출전으로 경기도지사 선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못지않게 선거의 중량감이 높아지면서, 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단일 후보가 될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6.4선거가 끝난후 셋의 우정이 어떤식으로 변할지도 세인의 관심거리다.
셋의 우정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선거는 후반으로 가면 후보당사자간 선의의 경쟁 대신 선거캠프간 비방전 등 과열경쟁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수 없이 목도해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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