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평가위원장 손용근 법무법인 동인 대표
변호사 시험, 내용·수준 조정 필요…실무역량 위주로 쉽게 내야
법률수요 파악 후 정원 확대 논의
[ 김병일 기자 ] 전국 25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인증평가를 담당하는 로스쿨평가위원장에 손용근 법무법인 동인 대표(사법연수원 7기)가 지난 2월 하순에 위촉됐다. 임기는 2년으로, 한부환 초대 위원장에 이은 2대 위원장이다. 손 위원장은 “로스쿨이 출범한 지 이제 6년째이기 때문에 성패를 논할 단계는 아니며 지금까지는 순항하고 있다”면서도 “로스쿨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지혜를 모아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요.
“변호사시험의 중요성이 너무 강조되고, 학생들은 학점에 유리한 과목들 위주로 수강하고 있으며, 로스쿨마다 커리큘럼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시험 합격의 부담 때문인데 해결책이 있을까요.
“변호사시험의 내용과 수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험문제의 지문이 너무 길거나 출제의도가 애매한 문제도 보았습니다. 변호사시험이 실력경연대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변호사시험의 성격을 실무역량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바꿔 지금보다 좀 쉽게 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거기에 특화된 전문분야도 한 과목 정도 시험과목에 포함시킨다면 커리큘럼이 다양해지지 않겠습니까.”
▷로스쿨이 ‘돈스쿨’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지금도 학교별로 사회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입학정원에 쿼트를 두는 등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로스쿨에 사회 상류층 자녀들의 비율이 높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유의할 대목입니다.”
▷재정문제를 호소하는 로스쿨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스쿨은 수지 개념으로 봐선 안됩니다. 좋은 법률가 양성 등 사회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 투자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로스쿨이 갖는 무형의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정원이 예상보다 적게 배정된 학교들은 설립 초기에 배정된 교수 숫자 등의 평가 기준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정문제는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로스쿨 인증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예비시험제도 도입과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2회까지 결과를 보면 법대생들의 합격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예비시험이 일종의 모의고사로 활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예비시험 합격 후에 이를 바탕 삼아 명문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예비시험 낭인문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본의 사례에 비춰볼 때 예비시험은 로스쿨 제도 도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입 여부에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도 역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로스쿨 안착을 위해 보다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할 때입니다.”
▷로스쿨 정원 확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장의 법률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15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매년 쏟아지는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 정원 확대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취업을 못해 취업대란 얘기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시장이 정원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무책임합니다. 변호사들이 기업이익 창출에 기여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채용에 앞장서 줬으면 합니다.”
▷로스쿨 출신들이 애초 취지와 달리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로스쿨 설립 당시 인가를 권역별로 배분한 것은 지역균형 발전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지역로스쿨 출신이 지역을 위해 기여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현실은 서울에만 몰리는 것 같습니다. 일부 입학생의 경우 서울 출신인 이유도 있겠지만 변호사 수요를 해당 지역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최근 지자체 등에서 지역 출신 변호사를 많이 뽑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변협의 인증평가에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증평가를 통해 로스쿨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의 모델이 된 미국의 경우 변호사단체인 ABA에서 인증평가를 담당하고 인증받은 대학에 한해 변호사시험 자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합니다. 인증평가가 변호사 배출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결국은 변호사단체가 당사자가 된다는 취지에서 우리나라도 이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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