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단독] 현대그룹, 현대로지스틱스 전격 매각..지배구조 전면 개편

입력 2014-03-21 16:45   수정 2014-03-23 10:06

복수의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PEF와 매각협상..4월 중순께 완료
상장보다 현금유입 많아..순환출자구조 해소해 수직계열화



이 기사는 03월21일(14:3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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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을 전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룹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할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기로 하고 복수의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협상을 벌이고있다. 현대그룹은 다음달 중순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택배를 보유한 국내 2위 물류회사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상선 등이 88.86%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지분 15% 가량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70%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일부 지분을 남김으로써 현대상선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87%를 갖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시발점에 있는 회사다. 이런 회사를 팔면 그룹 지배권이 인수회사에 넘어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대글로벌과 현정은 회장 등은 현대로지스틱스를 판 돈으로 인수회사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되사온다는 구상이다.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글로벌 지분 24.8%도 팔 계획이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딜'이다. 전 계열사 차원의 유동성 확보를 주문한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라고는 요구하지 못했다. 대신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IPO)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매각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현금보다 상장보다 훨씬 많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로지스틱스를 파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가치를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상장 대신 매각을 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떨어지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전격적인 의사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금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마련된 것이 전격적인 의사결정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자구계획 실행을 질질 끌다 그룹 전체가 무너지거나 위기에 처한 STX그룹과 동양그룹, 동부그룹의 전철을 밟는 대신 전향적인 구조조정에 나섬에 따라 시장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국내 대기업 한 곳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가 끝난 직후인 이번주 현대그룹 측에 공식적으로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또 다른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PEF가 가세하면서 인수전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인수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현대상선의 부실이 전 계열사로 전이되는 순환출자구조를 끊으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현대그룹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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