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유입 극대화·연쇄적자 원인인 순환출자구조 탈피할 수 있어
인수자는 국내 마지막 대형 3자물류회사·서울 대형 물류단지 확보
이 기사는 03월21일(14: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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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팔기로 하고 복수의 대기업 및 사모펀드(PEF)와 협상에 나선 것은 양 측이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들은 현대그룹이 절실한 현금을, 현대그룹은 인수후보사들의 숙원사업인 대형 물류회사를 갖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로지스틱스를 판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방안이었다. 순환출자 구조의 출발점인 현대로지스틱스를 팔면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룹 전반적인 재무구조개선을 압박한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요구하진 않았다. 현대그룹도 현대로지스틱스를 상장(IPO)시켜 현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상장보다 매각이 이득
문제는 현대로지스틱스가 기업공개로 확보할 현금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가치를 2500억~3000억원(지분 100% 기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주주의 지분을 20% 가량만 판다고 가정하면(구주매출)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상장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은 500억~6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0%를 매각하면 현대로지스틱스가 가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87%를 되사오는데 드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상장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2위 택배회사인 현대택배를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는 매년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가치가 낮은 이유는 지분법상 자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손실을 회계상으로 인식해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211억원의 영업익을 내고도 352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 363억원을 반영한 탓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매년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다. 그런데도 대규모 적자를 내는 이유 역시 자회사인 현대상선의 손실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KCC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맺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2012년 988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7140억원 적자였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계 다국적 엘리베이터 기업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과 소송전으로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는 것도 현대상선의 파생상품 계약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보는 구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현대그룹은 딱히 손 쓸 방법이 마땅찮았다. 현대상선의 손실이 전 계열사에 전이되는 순환출자구조 때문에 자금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은 현금 확보 규모를 극대화 하면서 연쇄 적자를 유발하는 순환출자구조를 깨는 동시에 남은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신의 한수"라고 말했다. '버티기'에 들어가 금융당국 및 채권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부그룹과 달리 채권은행의 요구 이상의 파격적인 자구계획을 실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인수자는 마지막 남은 대형 물류회사 품안에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기업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CJ그룹이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현대로지스틱스는 국내에 남은 마지막 대형 물류회사이기 때문이다. 3위 회사인 한진택배는 한진그룹의 2자물류회사(계열사 물량을 담당하는 물류회사)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기업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 복합물류센터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동남권 물류단지'와 경기도 군포시의 '군포2기 물류센터'도 넘겨받게 된다. 장지동 '동남권 물류단지'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물류센터로 꼽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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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는 국내 마지막 대형 3자물류회사·서울 대형 물류단지 확보
이 기사는 03월21일(14: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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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팔기로 하고 복수의 대기업 및 사모펀드(PEF)와 협상에 나선 것은 양 측이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들은 현대그룹이 절실한 현금을, 현대그룹은 인수후보사들의 숙원사업인 대형 물류회사를 갖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로지스틱스를 판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방안이었다. 순환출자 구조의 출발점인 현대로지스틱스를 팔면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룹 전반적인 재무구조개선을 압박한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요구하진 않았다. 현대그룹도 현대로지스틱스를 상장(IPO)시켜 현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상장보다 매각이 이득
문제는 현대로지스틱스가 기업공개로 확보할 현금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상장가치를 2500억~3000억원(지분 100% 기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주주의 지분을 20% 가량만 판다고 가정하면(구주매출)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상장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은 500억~6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0%를 매각하면 현대로지스틱스가 가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87%를 되사오는데 드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상장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2위 택배회사인 현대택배를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는 매년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가치가 낮은 이유는 지분법상 자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손실을 회계상으로 인식해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211억원의 영업익을 내고도 352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 363억원을 반영한 탓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매년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다. 그런데도 대규모 적자를 내는 이유 역시 자회사인 현대상선의 손실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KCC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맺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2012년 988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7140억원 적자였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계 다국적 엘리베이터 기업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과 소송전으로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는 것도 현대상선의 파생상품 계약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보는 구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현대그룹은 딱히 손 쓸 방법이 마땅찮았다. 현대상선의 손실이 전 계열사에 전이되는 순환출자구조 때문에 자금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은 현금 확보 규모를 극대화 하면서 연쇄 적자를 유발하는 순환출자구조를 깨는 동시에 남은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신의 한수"라고 말했다. '버티기'에 들어가 금융당국 및 채권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부그룹과 달리 채권은행의 요구 이상의 파격적인 자구계획을 실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인수자는 마지막 남은 대형 물류회사 품안에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기업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CJ그룹이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현대로지스틱스는 국내에 남은 마지막 대형 물류회사이기 때문이다. 3위 회사인 한진택배는 한진그룹의 2자물류회사(계열사 물량을 담당하는 물류회사)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기업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 복합물류센터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동남권 물류단지'와 경기도 군포시의 '군포2기 물류센터'도 넘겨받게 된다. 장지동 '동남권 물류단지'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물류센터로 꼽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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