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과세 투명화와 임대소득 과세 흐름은 대세”
정부는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월세 세입자의 부담이 줄어들고 동시에 투명한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월세 등에 대한 과세 강화가 결국 세입자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데에도 그렇지 않다고 한다. 국토부 도태호 주택토지실장은 “세금을 전가하려면 전세처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야 하는데 월세 집이 늘어나면서 월세가 하락하고 있어 집주인이 세부담을 쉽게 세입자에게 전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체적인 과세 투명화 방향성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며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2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는 비과세 대상의 범위를 더 넓혀 서서히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는 대세의 흐름”이라며 임대인들도 이제 탈세보다는 절세로 방향을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사실 그동안 임대소득 과세 제도가 너무나 미비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임대주택 규모가 엄청난데도 그동안 임대소득에 제대로 과세하지 않은 것은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관련 법 개정으로 확정일자가 국세청으로 가는 만큼 과세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옥성수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월세소득 과세를 계기로 주택시장은 투자 위주 시장에서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고 매매가 및 전셋값 안정과 월세 세입자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 의도도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 “오히려 전·월세난만 가중 시킬 수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집권 새누리당조차 반대하고 있다. 집주인들의 세부담 증가로 전·월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사실상 과세하지 않았던 비임대 등록 월세 임대인의 세부담을 늘려 세금 증가에 따른 월세 인상과 월세소득 노출을 피하고자 하는 임대자들의 공급을 줄이는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주택 관련 세금에 손을 댈 때는 세입자와 소유자는 물론 부동산 시장 등 국가 경제의 환경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는 조세 정책과 맞물림으로써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은퇴 세대들의 유일한 수입원인 임대소득에 세금을 물리면 생계형 임대소득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대표적 반대 목소리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나온 후 2주택 보유자들은 집 한 채를 팔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고 한다.
월세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늘리고 월세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민간 임대시장 선진화 대책은 방향은 좋지만 내용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대인이나 임대사업자를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사회에 기여하는 시장 참여자로 보면서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시장 투명화도 이루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각하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조세 정책은 경제 상황이나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감안해 거의 언제나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정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다. 전세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정부가 이를 계속 제대로 과세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그동안 주택 임대의 경우 상업용 건물과는 달리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턱 없이 낮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아마도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니 민간이 대신 나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과세상 혜택을 주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예외가 지속될 수는 없다. 조세행정이 점점 투명해지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속도와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로 귀속된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조정돼야 할 문제다. 다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무조건 과세이연 주장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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