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물의 날' 아침에

입력 2014-03-21 21:15   수정 2014-03-22 04:48

버리기는 쉬워도 채우기는 어려운 물 한잔
'물 기근'국가 되기 전에 절약습관 길러야

진익철 < 서울 서초구청장 >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두 개의 노벨상, 즉 노벨 평화상과 과학상을 받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물 부족 문제를 단적으로 표현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유럽에선 식수가 귀해 식당에서 공짜 물을 기대할 수 없다. 인도는 수인성 질병 사망률이 아프리카보다 더 높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개발이란 명목으로 지하의 깊은 물까지 꺼내 쓰고, 오염된 폐수가 누적돼 전 세계적으로 식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물 부족과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1992년 유엔은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2000년에 개최된 제2차 세계 물포럼 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25년 후 급격한 인구 증가로 물 사용량이 90%에 육박해 인류 외 생물 생존율이 현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고 비도 많이 오는데 무슨 말이냐며 손사래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한국이 365L로 영국(323L), 프랑스(281L)보다 훨씬 많고 독일(132L)의 세 배에 가깝다. 이대로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방관한다면 한국은 ‘물 부족’ 국가에서 아프리카 북동부의 지부티, 중동지역의 쿠웨이트, 바레인 등과 같이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물 절약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개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물 받고 세안하기, 빨래 한 번 덜 헹구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을 일회성이 아닌 버릇으로 들이고 내 손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샤워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이고, 양치질을 할 때는 꼭 컵을 사용하는 등 작은 실천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정부적인 정책과 교육 캠페인도 절실하다. 미국은 물 절약을 위한 대대적인 설비 교체와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최근 5년 동안 물 수요를 16%나 줄였다. 캐나다 역시 지난 3년간 1인당 물 사용량을 10% 감소시켰다. 서초구는 제22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양재천에서 주민들과 함께 ‘물따라 걷기대회’ 캠페인을 벌이고, 동전을 모으는 ‘물 저금통’을 마련해 우물 지원사업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습관은 ‘최상의 하인’이 될 수도, ‘최악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습관은 결코 빨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물 절약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식당에서도 물 한잔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할 때가 오게 될까 두렵다.

진익철 < 서울 서초구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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