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 정기예금서 16조원 이탈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2.3~2.6%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 수준이다. 정기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0%’에 가깝다.
이날 기준 국민은행 수퍼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2.3%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의 민트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고단위플러스금리확정형예금은 연 2.5%로 같았다. 우리은행의 토마스정기예금 금리도 연 2.6%였다. 1000만원을 정기예금에 넣을 경우 1년 뒤 23만~26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때 내야 하는 15.4% 수준의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이미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기예금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규모는 558조8983억원이었다. 2012년 말보다 16조8084억원(2.9%) 감소했다. 은행 정기예금이 줄어든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비해 요구불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부동자금은 712조8854억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었다.
◆‘+α’ 내는 중수익·중위험 상품 관심
전문가들은 내년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은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2.8%로 전망한 반면 시중금리 흐름을 감안할 때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폭은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물론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급락하면서 2011년 실질금리는 -0.05%를 기록했다. 이후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2012년에는 연 1.28%, 작년에는 1.51%의 플러스 금리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제로금리’를 거쳐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금운용에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기예금금리에 ‘+α’를 얻을 수 있는 중수익·중위험 상품이나 세금우대 상품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좀 더 높은 연 5~6%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을 꼽았다.
이희수 신한은행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사고, 동시에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파는 롱쇼트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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