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제임스 본드가 사랑한 슈트…'이탈리아 클래식 슈트'의 자존심 브리오니

입력 2014-03-22 18:05  

Luxury & Style

수작업 진수를 보여주다
400여명 테일러, 하루 최대 300벌 생산
남성복에만 집중…한벌 최저 1000만원

전세계 VIP를 감동시키다
본사 장인이 각국 돌며 '맞춤 슈트' 제작
입는 사람 골격까지 분석…완성까지 6주



[ 임현우 기자 ]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 로마 최상류층은 화려한 휴가를 즐기고 싶을 때면 브리오니군도로 떠났다. 현재 크로아티아령인 이 섬은 당시 지중해의 최고급 여행지로 정평이 나 있었다. 브리오니군도를 알리기 위해 1937년 제작된 포스터 광고 문구는 이랬다. ‘럭셔리를 위해 재단된 섬’.

1945년 로마 시내에 최고급 양복점을 열기로 한 재단사 나차레노 폰티콜리와 패션 디자이너 게타노 사비니가 가게 이름으로 ‘브리오니(Brioni)’를 택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럭셔리 슈트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한 두 동업자는 ‘브리오니’보다 더 매력적인 단어를 찾지 못했다.

오늘날 ‘로만 슈트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브리오니는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양복으로도 잘 알려진 브리오니는 슈트 한 벌값이 최저 1000만원 선에서 시작한다. 경제, 정치, 예술 분야의 최고 VIP 위주로 전 세계 2만5000여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구본무 LG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여성용 제품 생산은 아예 중단하고 남성복과 남성용 액세서리에만 집중하는 뚝심 있는 명품 브랜드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2001년 정식 진출했다. 국내에 들어온 이탈리아 명품 슈트 중 로마에 뿌리를 둔 곳은 브리오니가 유일하다.

브리오니의 자랑은 기성복이든 맞춤복이든 100% 장인들 수작업으로 옷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산업화 물결이 일며 ‘기계로 찍어낸’ 슈트가 홍수를 이룰 때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브리오니 슈트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220개의 공정을 거친다. 원단을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장인의 손을 수천 번 거치고, 중간 다림질만 60번을 한다고 한다. 현재 브리오니 생산라인에는 400여명의 테일러가 일하고 있다. 창립 당시 원년멤버 10인의 전통을 고스란히 전수받은 ‘정예부대’다.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밀려든 주문을 처리하느라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다만 전체 생산량은 하루 최대 300벌로 제한하고 있다. 품질 관리 차원에서다. 브리오니는 자사 슈트를 입는 것이 단지 비싸고 좋은 옷을 입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슈트에 녹아든 장인정신을 함께 향유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브리오니 장인들이 만드는 슈트 중 25%는 맞춤정장이다. 브리오니는 해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수 미주라(Su Misura·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뜻) 행사를 벌인다. 이탈리아 본사의 장인이 각국을 돌며 사전 예약한 소비자에게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맞춤슈트’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입는 사람의 골격, 근육 발달 정도, 밸런스 같은 해부학적 분석을 거쳐 패턴을 뜨고 1 대 1 상담을 통해 색상, 안감 소재, 단추 모양 등도 정한다. 주문 후 완성된 옷을 받아보기까진 6주 정도 걸린다.

브랜드 명성이 높다 보니 수 미주라를 통해 별별 주문이 다 들어온다고 한다. “다섯 살배기 아들의 첫 턱시도를 맞추겠다”는 젊은 아빠가 있는가 하면, “나의 모든 소지품을 가방이 아닌 재킷에 넣겠다”며 주머니가 57개 달린 재킷을 주문한 괴짜 손님도 있었다. 몸무게가 270㎏에 달하는 한 일본 스모 챔피언의 맞춤슈트에는 일반 슈트(3.5m 안팎)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9m의 원단이 들어간 기록도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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