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망치자는 '공짜버스' 공약

입력 2014-03-23 20:31   수정 2014-03-24 04:27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경연 사회통합센터장 jinkwonhyun@gmail.com>

'공공성 강화' 정치 논리는 착각
2조원 쓰고 나면, 다른 사업 못해
세금으로 정치인 사익 추구일 뿐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짜상품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경기지사 김상곤 예비후보는 공짜버스를 정책상품으로 내세웠다. 이제 정치판은 또다시 공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공짜상품이 단골로 채택되는 이유는 정치적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에선 분명 낭비지만, 정치적으론 이익이다. 이른바 우리 정치구조는 공익과 국가미래를 위한 정책이 개발되지 않고, 정치지지를 얻기 위해 어떤 상품이 공짜로 둔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국가발전이 아닌 경제퇴보로 이끌고 있는 우리 현실은 분명 ‘정치실패’다.

이번 공짜버스 상품도 ‘공공성 강화’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공공성 논리는 공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골고루 소비하니, 공익을 위한 정책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공공성 논리는 공익을 위함이 아니고, 국민의 희생을 토대로 정치인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공성이란 용어는 이상한 마력을 가져, 어떤 상품이든지 공공성을 붙이면, 정부개입의 당위성을 준다. 이른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정부개입정책을 감성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법의 언어다. 교통, 교육, 방송, 문화, 주택 등 우리 주위엔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개입 및 공짜화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너무도 많다. 물론 경제학에서 ‘공공재’ 이론은 일정 수준 정부개입의 논리적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공공성’처럼 무지막지한 논리는 아니다.

공짜버스는 경제적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가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건, 공짜버스 정책은 공익에 해가 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첫째 폐단은 공짜버스로 인해 다른 중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공짜버스를 운영하는 데 약 2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도민에게 공짜버스가 가장 중요한 서비스면 문제 없지만, 더 중요한 사업을 할 수 없으면 분명 낭비다. 이미 공짜급식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많이 봤다. 학교시설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명예퇴직 제도도 원활히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밥만 먹이는 교육’이 되고 있다.

두 번째 눈에 보이지 않는 폐단은 공짜로 인해 필요없는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다. 가격은 그 재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공짜가 되면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사용하려 한다. 이른바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의미다. 공짜가 되면 공짜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 필요 재원규모도 증가한다. 이는 분명 낭비다. 이미 공짜급식으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가 20% 증가하는 낭비현상을 보았다. 이는 학생들의 도덕문제가 아니고, 공짜급식 제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결과일 뿐이다.

흔히 주장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형평문제는 이들 계층만을 위한 보조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가격기능을 없애버리면, 그 재화의 가치는 공짜가 돼 낭비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겐 공짜이지만, 공짜버스의 운영은 도민의 세금에 의해 이뤄진다. 세금으로 부담하므로 공짜버스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럴바엔 차라리 세금을 줄이고, 공짜버스 혜택을 없애는 게 도민에겐 더 이익이다.

공짜버스는 도민의 세금부담을 전제로 한, 정치인의 사익추구 행위다. 도민이 부담하는 세금에 대해선 아무런 애기를 하지 않는다. 국민세금으로 선거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짜상품을 개발하는 정치판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공짜급식에 이어 공짜버스로 정치적 재미를 보게 되면, 앞으로 어떤 재화에 공짜가 붙을지 모른다. 공짜정책은 우리 경제를 퇴보로 가게 함을 이미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국가에서 명백히 봤다. 한국은 공짜버스 타고 경제퇴보의 길을 가려는가.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경연 사회통합센터장 jinkwonh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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