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동대문 패션업계의 뒤늦은 후회

입력 2014-03-23 20:35   수정 2014-03-24 04:29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


[ 홍선표 기자 ] “중화권에선 무단 복제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어요. 상표 침해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없죠.”(아이디 sean****) “중국에 보따리 무역으로 팔 때는 좋았겠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네요.”(아이디 hwar****)

작게는 옷과 신발의 디자인부터 크게는 공들여 만들어온 상표까지 빼앗기는 등 동대문 의류업계가 중국업체들의 무분별한 베끼기 공세에 시달린다는 기사(본지 3월19일자 A 1·4면)가 나가자 한 포털 사이트에는 1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도를 넘은 중국업체들의 모방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동대문 업체들도 외국 디자인을 베끼는 건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류업체 사장과 디자이너들은 중국 광저우 의류시장이 동대문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한 15년차 디자이너는 “이대로 가다간 동대문이 중국 업계에 샘플만 제공하는 처지로 전락할 게 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대문 상인들은 “외상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제품에 하자가 없는데도 반품을 받아줬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결국 중국 업체들을 키워준 셈”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상표를 강탈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동대문 업체들이 잠자코 있는 건 탈세가 드러날까 두려워서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기사가 나간 당일 동대문에서 만든 옷을 중국 대만 등에 수출하는 한 무역회사에서 몇 년간 일했다고 밝힌 한 제보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동대문 업체들이 어떤 수법으로 수출에 따라 붙는 세금을 회피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단추 원단 같은 원부자재 수입과정에서부터 옷을 비행기에 실어 보낼 때까지 동대문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거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며 “건물은 최첨단이지만 거래 관행은 1970년대에 머물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공식 개관했다. 서울시는 연간 550만명의 관광객이 DDP를 찾으면서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동대문이 중국업체의 샘플시장으로 전락해버린 뒤라면 의미가 없다.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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