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신형탐지레이더
전기 사용 ↓·부품 수명 ↑
해군, 모든 함정 교체 계획
1대 가격 수입보다 3억원 ↓
4000억 외화 절감할 듯
[ 최승욱 기자 ] 수면 근처로 떠오른 잠수함이나 적군을 탐지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가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됐다.
23일 방위사업청과 해군, 업계에 따르면 STX엔진은 2011년 5월 해군 함정 탑재용으로 신형탐지레이더 체계의 자체 개발에 착수, 37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끝에 지난해 4월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진공관으로 제작돼 부피가 크고 부품 수명도 짧은 기존 항해레이더와는 달리 전력 소모가 적고 부품 수명도 긴 반도체전력증폭기(SSPA) 방식으로 개발돼 잔잔한 파도에서는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침 후 수면 위에서 헤엄치며 구조를 기다리는 아군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잠수함의 잠망경이나 아군 함정에 몰래 침투하려는 적군의 식별도 가능하다. SSPA 방식의 특성상 고장이 나더라도 탐지거리만 줄어들 뿐 기본 기능은 유지된다. 실제 작전과정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형탐지레이더는 지난해 하반기 통합시험평가와 후속운영시험평가에서 전투용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말 2대가 해군에 납품됐다. 현재 익산함에 실려 운용 중이다. STX엔진은 ‘저전력-고효율’의 무기체계 국산화 업적을 인정받아 방사청과 양산사업계약을 맺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SSPA 방식의 항해레이더 개발 기술은 그간 덴마크 영국 등 일부 해상선진국만 갖고 있었다”며 “국산 신제품은 덴마크 테르마사의 ‘스캐너 6000’이나 영국 캘빈 휴거스사의 ‘샤크아이’도 탐지하지 못하는 초소형 표적을 탐색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으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되고 46명이 전사한 뒤 같은해 6월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유사 사고 재발 시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해 수면 위에 떠 있는 사람(水泳者)을 탐색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군은 신형탐지레이더를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1200t급) 15척에 2015년까지 우선 탑재한 뒤 모든 함정의 항해레이더를 단계적으로 신형탐지레이더로 바꿀 방침이다.
현재 해군 함정에 장착된 항해레이더는 모두 수입제품이다. 국산품으로 모두 교체되면 약 4000억원의 외화를 아낄 수 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기존 항해레이더보다 운용유지비도 30~40%가량 덜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신형탐지레이더 개발로 해군의 감시정찰능력이 향상됐고 자주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됐다”며 “부속장비를 국내에서 유지보수할 수 있고 관련업계의 기술 수준도 높아지는 효과가 겹치면서 연간 600명가량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민수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국내외 군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은 항해레이더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비슷한 성능을 지닌 항해레이더가 대당 10억원 선인 데 비해 신형탐지레이더는 7억원에 양산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신형탐지레이더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 등 해군 내 각종 정보체계와 연동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장상황을 인식한 뒤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