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헐뜯은 위메프에 '옐로카드'

입력 2014-03-23 22:00  

비방광고 삭제 시정 명령
소셜커머스 이전투구에 제동



[ 강진규 기자 ] “구빵 비싸”, “구팔 무료배송 미끼 결제금액 > 바가지”….

지난해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을 겨냥한 비방광고로 눈총을 샀던 위메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23일 “위메프는 쿠팡을 ‘구빵’, ‘구팔’ 등으로 표현하면서 쿠팡의 로고를 동영상에 노출하는 등 부정적인 방법으로 경쟁사업자를 비방했다”며 해당 광고를 유튜브 사이트에서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이태휘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소셜커머스 업계의 비방광고를 제재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위 메이크 프라이스(We make price)’의 약자로, 이승기 등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싸다’를 외치는 자극적인 TV 광고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제재 조치로 위메프의 공격 마케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공정위는 위메프가 쿠팡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한다고 광고한 것에 대해 “동일 상품 비교 결과 24개 품목은 쿠팡이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며 “위메프의 상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메프를 비롯해 쿠팡과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상호비방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위메프가 ‘사이버명예훼손’ 혐의로 티몬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원더홀딩스(위메프의 모기업)의 허민 대표에 대한 비방글의 IP를 추적한 결과, 티몬 본사에서 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쿠팡이 불법마케팅 혐의로 티몬에 고소당했다. 티몬은 쿠팡이 악성 애드웨어를 유포해 포털사이트에서 ‘티켓몬스터’나 ‘티몬’을 검색하면 쿠팡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건은 고소당한 회사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거래액 부풀리기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3개 회사가 모두 비상장사로 매출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데다 거래액 집계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악용해 실적을 뻥튀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쿠팡이 “업계 최초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하자, 티몬은 다음달 “자사는 배송비를 제외한 순수 거래금액 기준으로 1조원어치의 상품을 팔았다”고 맞받아쳤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이전투구는 팽창하는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과당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상협 티몬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시장 자체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1위로 앞서 나가기 위한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때로는 무리수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쿠팡, 티몬, 위메프의 지난해 거래금액은 약 3조400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76%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업체 간 비방전이나 과도한 광고비 집행보다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다. 최근 티몬에서 판매한 어그부츠와 쿠팡에서 판매한 라코스테 가방이 짝퉁 의혹을 받는 등 상품에 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와 홈쇼핑 업체 등 기존의 유통 강자들이 모바일 쇼핑을 강화하면서 소셜커머스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며 “상품력을 강화하라는 소비자 의견은 뒤로한 채 상호비방에 몰두하는 업체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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