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벚꽃 여행, 서울보다 일찍 봄을 만난다

입력 2014-03-24 07:00  

일본에서 만나는 벚꽃이 좀 더 특별할 수 있다면, 그 안에 숨은 ‘찰나’와 ‘무상’의 정서가 애잔함을 더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향기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우리네 인생사를 극명하게 압축해 보여주는 ‘일장춘몽’의 드라마틱한 순간과 만나고 싶다면, 올봄 현해탄 너머로 시선을 돌려보자. 일본 벚꽃을 특별하게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일본의 성(城), 최고의 벚꽃 명소

한국과는 다른, 일본 벚꽃만의 색다른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꼽는다면 바로 성이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성이 남아 있는 성의 나라다. 과거 각 지역의 다이묘(大名)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건축물이 이제는 최고의 벚꽃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로니컬하지만, 이런 성곽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인 동시에 상춘객들의 단골 명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일본 혼슈와 규슈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들은 어김없이 벚꽃 명소로 꼽힌다.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성, 규슈의 후쿠오카성, 주부의 나고야성이 대표적이다. 세 지역 가운데 위도상 일본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후쿠오카는 그만큼 벚꽃 개화 시기도 빠르다. 올해 후쿠오카성의 벚꽃 축제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데, 서울보다 보름 이상 빠르다.

후쿠오카 벚꽃 명소 ‘마이즈루 공원’

후쿠오카 공항역에서 공항선으로 다섯 정거장 만에 도착하는 오호리 공원역에서 내려 5분만 걸어가면 마이즈루(舞鶴) 공원에 도착한다. 마이즈루 공원은 400년 역사의 후쿠오카 성터와 야구장이 있는 복합공간으로 약 1000그루의 벚꽃나무가 풍성함과 화려함을 뽐낸다. 밤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도 비춘다.

후쿠오카가 규슈를 대표하는 벚꽃 명소라면 본토에 해당하는 혼슈에는 오사카성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사카의 봄은 오사카성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의 전령, 벚꽃과 친숙한 명소다. 성 주변으로 600여그루의 만개한 벚꽃나무와 성에서 가장 높은 8층에서 감상하는 주변 경치는 가히 압권. 벚꽃축제 기간에는 이른 아침부터 신입사원들이 벚꽃 명당 자리를 맡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만큼 하나미(花見. 봄에 벚꽃 밑에서 벌이는 연회나 파티) 명소다.

간사이공항에서 난카이선을 타고 난바역으로 이동한 후 지하로 내려가 미도스지센을 이용, 혼마치역에서 내려 주오센으로 환승한 후 다니마치욘초메역에 내리면 오사카성의 웅장한 천수각이 위용을 드러낸다.

밤에 더 아름다운 벚꽃, ‘라이트 업’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에 더 빛이 나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끄는 몇 가지 중에 벚꽃을 빼놓을 수 없다. 똑같은 장소에 변함없는 광경인데도 낮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전해주니 신기한 일이다. 일본 사람만큼 야경에 애착을 갖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야경 사랑은 특별하다. 벚꽃이 흐드러진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들의 애착을 이해하게 된다. 일본의 벚꽃 명소마다 어김없이 ‘라이트업’이라 불리는 야간 점등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일본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천년 고도(古都) 교토.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가모가와강 주변에선 해마다 3월 말이면 화려한 벚꽃으로 수놓아진 야간 라이트업을 구경할 수 있다. 가장 일본적인 교토의 기온 거리에서 시작되는, 자그마한 수로와 벚꽃나무들로 이뤄진 코스는 일본 벚꽃의 매력에 가장 함축적으로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해발 282m 언덕에 자리잡은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역시 교토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벚꽃 명소다. ‘순수하고 깨끗한 물’이라는 뜻의 청수사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만발하는 최고의 하나미 명소로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함께 밤을 빛내는 환상적인 라이트 업을 보려면 교토 시내 구경을 충분히 끝낸 후 해질녘에 방문하면 된다. 오사카 우메다역에서 교토 가와라마치역까지 전철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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