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외교 발목잡은 '바터 정치'

입력 2014-03-24 21:05   수정 2014-03-25 04:05

野, 원자력방호법·방송법 연계로 처리 무산
朴대통령, 약속 못지킨채 개막연설…'국격' 타격



[ 이태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요청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24일 무산되면서 ‘바터 정치’로 대표되는 후진적 정치문화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바터 정치란 물물교환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바터(barter)’에서 따온 말로, 여야가 서로 연관이 없는 이슈의 처리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맞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연설을 했다. 한국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물질방호협약과 핵테러억제협약을 2014년까지 발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협약은 한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핵물질 관리를 공인받겠다는 것인데 이를 발효하려면 개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2년 전 회의 의장국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다음 회의 개막연설을 한 것이 국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과 동시 처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반대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종합편성채널 등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사용자와 종사자 동수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원자력 방호방재법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요구를 볼모로 전형적인 바터 정치를 펼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익과 안보에 관한 사안을 민생과 상관없는 방송법과 연계시켜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야당”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도 여야가 예산안과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 비판받았다.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국가정보원 개혁안을 얻어냈고,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처리하고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관철시켰다. 새누리당도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2억원 이상’까지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민주당이 부동산 양도세 중과 폐지에 협조하기로 하자 야당 요구대로 기준을 ‘1억5000만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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