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담합 무너진다…"아무도 믿을 수 없다" 리니언시 급증

입력 2014-03-24 21:13   수정 2014-03-25 04:03

공정위 2014년 들어 5건 적발·제재

과징금 2014년 들어 1700억…연말 1조원 육박할 수도



[ 김주완 기자 ] 건설업계 담합이 줄줄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고 있다. 적발과 제재가 이례적일 정도로 잦고 강력하다. 자진신고자감면제(리니언시)를 이용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건설업계 내부의 담합 구조가 무너지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쇄적 적발과 제재

공정위는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12개 건설업체에 과징금 총 401억원을 부과하고 8개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2개 건설사들은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2009년 4월 발주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에서 사전에 공사구간을 나누고 낙찰자를 미리 정하는 방법으로 무더기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제 대상 기업과 과징금은 각각 △현대건설 55억5900만원 △삼성물산 55억5900만원 △대림산업 54억6300만원 △포스코건설 52억5000만원 △SK건설 39억6700만원 △현대산업개발 35억89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에도 공공 공사에 참여하면서 담합한 대형 건설업체들을 대거 적발해 과징금 1322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현재 호남고속철도, 원주~강릉 고속철도,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도 입찰 담합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감안하면 올해 건설업계가 물어야 할 과징금이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과징금 1조원은 공정위의 역대 최고 과징금 징수액(연간 기준)인 9162억원(2012년)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현재 조사하고 있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이렇게 잇따라 담합으로 적발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 발주의 대형 공공 공사에 대한 공정위의 담합 적발 건은 1년에 1~2건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사내용이 확인된 것만 벌써 5건에 이른다.

○상호 불신의 건설업계

공정위와 업계는 이 같은 양상이 리니언시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리시언시는 부당 담합 사실을 먼저 실토한 1, 2순위 기업에 대해 과징금 감면과 함께 검찰 고발조치를 면해주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은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적발할 수 없기 때문에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담합 구조가 탄탄해 리니언시 적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형 건설업체의 담합이 깨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가 조사를 받던 도중에 리니언시 혜택을 받자 다른 업체들도 다른 공사의 담합 건을 잇따라 실토하게 됐고, 이것이 건설사들 간에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지난해 리니언시로 적발한 담합 사건은 총 23건으로 전년보다 76.9% 증가했다.

■ 리니언시

leniency. 자진 신고자에 대한 감면제도. 담합에 연루된 기업이 위법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을 면제해주는 제도. 가장 먼저 신고한 1순위 기업은 과징금의 100%, 2순위는 50%를 각각 깎아준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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