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세 오른다"…日 열도, 가전·생필품 '사재기' 열풍

입력 2014-03-24 21:23   수정 2014-03-25 03:58

특파원 리포트

백화점·할인점 '즐거운 비명'…분유·기저귀 등 박스째 구매도
파트타임·알바 구하기 전쟁…4월 이후 내수침체 경고도



[ 도쿄=서정환 기자 ]
지난 22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부근. 요도바시 카메라를 비롯해 빅카메라·맵카메라 등 전자 양판점이 모여 있는 이곳엔 평소 휴일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맵카메라 매장 3층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 몇 대를 그냥 보내야 했다. 10만엔대 니콘카메라를 사려고 한다는 말에 점원은 재고부터 확인해 본다고 했다. 인근 빅카메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냉장고를 사러 왔다는 오가와 요시코는 “이달 안에 제품을 받아야 소비세 3%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일본 열도가 가수요로 들썩이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일본의 소비세는 5%에서 8%로 오른다. 자동차 가전 등 제품 구매 후 배송까지 시간이 걸리는 제품은 소비 열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세금 부과가 인도일 기준이기 때문이다. 증세 적용 시점이 임박해 오면서 세제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에까지 ‘사재기’가 번지고 있다.

○이달 가전판매 두 배씩 급증

빅 카메라는 이달 1~15일 냉장고와 에어컨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5배 급증했다. 세탁기 판매도 두 배 증가했다. 어차피 살 거라면 세금이 더 붙기 전에 사겠다는 생각으로 소비자가 구매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제품 공급을 늘렸다. 2월 가전 제품 출하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6% 급증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2월 전국 백화점 매출도 작년 동월 대비 3%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일본 백화점협회는 이달 중순까지 도쿄지역 백화점 매출이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일손이 달리자 본사 직원들도 영업점으로 출동하고 있다. 가구업체 니트는 이달 도쿄 본부 300명의 직원을 수도권 50여개 매장으로 내보냈다. 재무팀에 속한 직원까지 주 1~2일, 집에서 가까운 매장에서 일하도록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채용정보업체 리크루트에 따르면 2월 파트타임 평균 시급(3대 도시권)은 948엔으로 8개월 연속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다.

이사나 택배도 힘든 상황이다. 이사 날을 기준으로 소비세율이 적용되다 보니 이사까지 서두르는 것이다.

○“추가 양적완화 필요할 수도”

이달 하순부터는 백화점 가공식품매장, 할인점까지 북적거리고 있다.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유아용품이나 세제를 사두려는 소비자가 몰려서다. 직장인 고바야시 사치코는 3만엔을 들여 아들 기저귀와 분유 6개월분을 한꺼번에 샀다. 백화점 마쓰자카야 우에노점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특별기획전’을 이달 말까지 연다.

예비 부부들은 예물도 미리 사고 있다. 도쿄 보석 대기업인 미키모토 긴자점은 지난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 급증했다. 철도역, 톨게이트, 자판기 등에는 서서히 가격 조정표가 붙기 시작했다.

세금 인상분은 제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소비세 인상을 앞둔 ‘반짝’ 가수요가 끝나면 심각한 내수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는 지난 23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세율 인상 후 경제지표가 부진해지면 일본은행(BOJ)은 재빨리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엔 디플레만 초래…'아베의 도박' 성공할까

‘1997년 악몽이 되풀이될 것인가, 아베노믹스의 도박이 성공할 것인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7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악몽이 있다며 당시와 현재의 일본 경제를 비교했다.

일단 경제 여건은 지금이 훨씬 나쁘다. 1996년 10~12월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6.1%(연율)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10~12월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가 한풀 꺾이면서 GDP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 0.9%를 훨씬 밑돌았다.

소비세 인상이 내수침체와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공부문 투자는 정반대다. 일본 정부가 1996년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1997년 1분기까지 공공부문 투자는 4분기 연속 감소했다.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증세 후에도 공공투자를 줄인 것이다. 그 결과 1997년 4월~1998년 1분기 공공투자 증가율은 20%(연율) 이상 감소하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공공사업 확대 등 5조5000억엔의 경기부양책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올해 공공투자 규모는 작년 수준을 밑돌겠지만 1997년처럼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여건도 차이가 크다. 1997년 하반기에는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 일본 경제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구도 역시 바뀌었다. 1996년 중국의 명목 GDP는 일본의 20%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의 1.8배로 성장했다.

신문은 일본 경제가 1997년 소비세 인상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의 성공적인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확대로 내수 부진을 만회하고, 증세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도쿄=서정환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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