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공제회 3년째 적자 "돈 못버는 이사장 나가라"

입력 2014-03-24 21:52   수정 2014-03-25 04:30

'빅3' 공제회 수익률 고작 4%
회원에 이자 주고나면 적자

대의원회, 해임안 상정



[ 조주현 기자 ] 14만5000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노후자금 운용기관인 대한지방행정공제회의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해임될 위기에 놓였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손실이 심각해지자 행정공제회의 대의원들이 26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 이들의 해임안을 상정했다.

24일 복수의 지자체 공무원들에 따르면 14개 시·도 공무원 등 54명으로 구성된 행정공제회 대의원회는 이인화 이사장과 현봉오 기금이사 해임결의를 추진 중이다. 26일 열릴 대의원대회는 행정공제회의 최고 의결기구로 해임안은 54명 정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행정공제회 설립 이래 이사장 해임안이 투표에 부쳐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이사장은 3년 임기로 작년 8월 취임했다. 5조4577억원(2012년 말 기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153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 해 번 돈만으론 회원에 대한 이자 지급과 공제회 운영비 등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2011년 590억원, 2012년 978억원 손실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지급준비율은 작년 말 기준 85%로 떨어졌다.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회원에게 지급할 ‘원금+이자’의 85%밖에 내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급준비율은 공제회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최소 95% 선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급준비율의 하락은 공제회가 이자 지급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청에 근무하는 대의원 A씨는 “지난 20일 회원들이 받아야 할 이자율을 연 5.3%에서 5.0%로 낮췄다”며 “회원들이 불이익을 감수한 만큼 공제회 수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정관상 해임 요건에 맞는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2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5.15%)에 한참 못 미치는 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군인(4.3%), 지방행정(4.0%) 등도 정해진 이자율을 내줄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 이자를 내주고 나면 적자라는 이야기다. 자산 기준 상위 4개 공제회 가운데 과학기술공제회(2조3000억원 규모)만 5.9%의 수익률로 이자율을 초과했다.

전문가들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공무원연금처럼 정부가 돈을 메워줘야하는 일이 공제회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100만 공무원으로부터 7조4854억원의 연금 보험료를 거둬 37만 퇴직 공무원에게 9조4836억원을 지급했다. 부족한 1조9982억원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공제회들도 매년 적자를 거듭할 경우 정부에 손을 벌릴 근거를 갖고 있다. 지방행정공제회만 해도 행정공제회법 제17조 2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제회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공제회발(發)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해선 공제회 운영을 일대 혁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금운용을 전공하는 한 대학교수는 “낙하산 인사 관행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 출신 비전문가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대한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스스로 나서 ‘낙하산’ 이사장을 해임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남도청 소속 한 대의원은 “자산 운용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이사장이 공제회 소속 직원들의 복리를 위해 기금 운용 부서에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마당에 전문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하겠다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행정공제회와 함께 또 다른 안행부 관할 기금 중 하나인 공무원연금은 지난달 안행부 차관 출신인 안양호 이사장이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3.5%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6년째 연기금 꼴찌의 성적을 거둔 데 대한 책임 의식에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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