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충전소 늘리고 세제 혜택 지속돼야
고속도로 상·하행선 충전시설 구축 시급
[ 김정훈 기자 / 최유리 기자 ] 서울에 사는 50대 자영업자 류필열 씨는 일주일에 2~3회씩 기아차 ‘레이EV’를 대여해 이용하고 있다. 명동에서 서비스업을 꾸리고 있는 그는 업무를 볼 때마다 이동이 잦아 자차 이용시 주차에 대한 불편을 겪었다. 때마침 지난해 전기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씨티카(전기차 공동이용 서비스)'를 알고난 뒤로 유류비와 주차료 걱정을 덜었다. 류 씨는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불편을 덜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면 직접 구매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가격 하락을 전기차 대중화의 과제로 꼽은 건 류 씨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 부족(24%)과 제한적 주행거리(17%)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국내 충전 인프라 구축 현황 봤더니…생활권 침투 부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전기차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시설은 40여 곳에 불과하다. 정부 관공서나 일반 구매자에 보급된 충전기를 빼면 미미한 숫자다.
씨티카 서비스업체 에버온의 경우 서울과 경기 지역 51곳에 자사 전기차 이용자들이 충전할 수 있는 씨티존을 세웠다. 충전 시설은 주로 역세권에 집중돼 아파트 단지까지 파고들지 못한 상황이다.
씨티카 관계자는 “충전소 1곳 당 설치비용이 1000만원에 달해 민간 기업이 이를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에 뛰어든 완성차 업체들도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판매량이 적은 만큼 인프라 사업도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인프라 구축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향후 전기차 수요에 따라 충전 시설 확대에 대한 투자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전 전기차로 갈 수 있어야…충전 시설 광역화 필수
수도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완속 충전기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장거리 구간의 인프라와 급속 충전 시설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약 160km를 갈 수 있는 전기차는 없다. 중간 지점인 수원과 천안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씨티카 관계자는 “고속도로 상하행선 구간에 충전소가 만들어져야 제한적 주행 거리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완속 충전기(민간 보급 포함 1785기)에 비해 뒤쳐진 급속 충전기(177기)의 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하다. 완전 충전에 4~8시간이 걸리는 완속 충전에 비해 급속 충전은 20~30분으로 충전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급속 충전기를 확대하기 위해선 충전 방식을 표준화 시키는 게 급선무다. 완성차 업계가 공통적으로 교류 방식의 완속 충전을 채택한 것과 달리 급속 충전 방식은 각기 다르기 때문. 충전 커플러(자동차에 꽂는 충전용 플러그)의 형태에 따라 차데모 방식(기아), 콤보 타입(한국GM, BMW), 직류 3상(르노삼성)으로 나뉜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콤보 타입의 급속 충전 시설이 전무하다”며 “특정 방식으로 표준화가 이뤄져야 충전 시설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팔리려면 가솔린차 가격 수준 유지돼야
내년부터 환경부가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 1500만원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로 대체된다. 다만 환경부는 친환경차에 지원하는 세계 혜택(최대 42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별도 보조금(300만~900만원)을 포함하면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창주 환경부 전기차보급 사무관은 “전기차 가격이 아직 비싸 대당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유지해야 한다”며 “내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작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끝나지 않을까 우려가 있는데 타 부처와 협의해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보조금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기차 자체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판매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내리는 게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성공 사례도 이를 입증한다. 테슬라는 노트북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 가격을 낮추면서도 3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제조 원가가 싸고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의 경우 내구성이 높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가격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 완전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을 추가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면 파우치 배터리는 제조 공정 개선, 원재료 내재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고속도로 상·하행선 충전시설 구축 시급
[ 김정훈 기자 / 최유리 기자 ] 서울에 사는 50대 자영업자 류필열 씨는 일주일에 2~3회씩 기아차 ‘레이EV’를 대여해 이용하고 있다. 명동에서 서비스업을 꾸리고 있는 그는 업무를 볼 때마다 이동이 잦아 자차 이용시 주차에 대한 불편을 겪었다. 때마침 지난해 전기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씨티카(전기차 공동이용 서비스)'를 알고난 뒤로 유류비와 주차료 걱정을 덜었다. 류 씨는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불편을 덜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면 직접 구매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가격 하락을 전기차 대중화의 과제로 꼽은 건 류 씨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 부족(24%)과 제한적 주행거리(17%)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국내 충전 인프라 구축 현황 봤더니…생활권 침투 부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전기차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시설은 40여 곳에 불과하다. 정부 관공서나 일반 구매자에 보급된 충전기를 빼면 미미한 숫자다.
씨티카 서비스업체 에버온의 경우 서울과 경기 지역 51곳에 자사 전기차 이용자들이 충전할 수 있는 씨티존을 세웠다. 충전 시설은 주로 역세권에 집중돼 아파트 단지까지 파고들지 못한 상황이다.
씨티카 관계자는 “충전소 1곳 당 설치비용이 1000만원에 달해 민간 기업이 이를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에 뛰어든 완성차 업체들도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판매량이 적은 만큼 인프라 사업도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인프라 구축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향후 전기차 수요에 따라 충전 시설 확대에 대한 투자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전 전기차로 갈 수 있어야…충전 시설 광역화 필수
수도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완속 충전기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장거리 구간의 인프라와 급속 충전 시설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약 160km를 갈 수 있는 전기차는 없다. 중간 지점인 수원과 천안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씨티카 관계자는 “고속도로 상하행선 구간에 충전소가 만들어져야 제한적 주행 거리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완속 충전기(민간 보급 포함 1785기)에 비해 뒤쳐진 급속 충전기(177기)의 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하다. 완전 충전에 4~8시간이 걸리는 완속 충전에 비해 급속 충전은 20~30분으로 충전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급속 충전기를 확대하기 위해선 충전 방식을 표준화 시키는 게 급선무다. 완성차 업계가 공통적으로 교류 방식의 완속 충전을 채택한 것과 달리 급속 충전 방식은 각기 다르기 때문. 충전 커플러(자동차에 꽂는 충전용 플러그)의 형태에 따라 차데모 방식(기아), 콤보 타입(한국GM, BMW), 직류 3상(르노삼성)으로 나뉜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콤보 타입의 급속 충전 시설이 전무하다”며 “특정 방식으로 표준화가 이뤄져야 충전 시설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팔리려면 가솔린차 가격 수준 유지돼야
내년부터 환경부가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 1500만원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로 대체된다. 다만 환경부는 친환경차에 지원하는 세계 혜택(최대 42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별도 보조금(300만~900만원)을 포함하면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창주 환경부 전기차보급 사무관은 “전기차 가격이 아직 비싸 대당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유지해야 한다”며 “내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작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끝나지 않을까 우려가 있는데 타 부처와 협의해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보조금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기차 자체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판매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내리는 게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성공 사례도 이를 입증한다. 테슬라는 노트북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 가격을 낮추면서도 3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제조 원가가 싸고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의 경우 내구성이 높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가격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 완전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을 추가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면 파우치 배터리는 제조 공정 개선, 원재료 내재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